친구가 자신이 리더를 맡은 프로젝트 팀의 분위기가 엉망이라며 짜증을 낸다. 한 명은 무능하고 한 명은 신참이라 소화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고 나머지 한 명은 매사 시비조란다. 무엇보다 셋 다 스스로 하는 일이 없단다. '이제 뭐 해요?'가 입에 붙어 있고 사소한 것까지도 나는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듯 '팀장님이 결정해 주시죠.'라고 한단다. 왜 이럴까. 몇 가지 짐작되는 게 있었다.
우선, 친구가 팀원들의 결과물을 두고 안 해도 될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팀원은 자기 선에서 처리해도 될 일로 생각했던 것을 팀장이 뒤늦게 '그거 왜 그렇게 했어요?'라고 하면 그다음부터는 팀장에게 미리 묻게 된다. 팀장 스스로 불안하고 조급하면 안 해도 될 말을 더 많이 하게 되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이대로 업체에 넘긴 거예요?', '미리 좀 보여주지.' 하는 식이다. 팀장 입장에선 지적까지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팀원 입장에서는 싫은 소리 듣고 싶지 않으니 시시콜콜 결정해 달라고,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나오기 쉽다. 팀장은 팀원의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혹은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잘했다고 하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팀장 스스로가 수양하는 마음으로 훈련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팀원들을 움직여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친구의 압박감과 불안이 팀원에게 안 좋은 방향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을 새로 맡았든 프로젝트를 새로 맡았든 시작 단계에서 팀장은 팀원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왠지 성과가 날 것 같다는 기대, 이 팀장이랑 같이 하면 뭐가 나와도 나오겠다는 안도, 성과는 미미해도 나름 재미있게 일할 수 있겠다는 낙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팀장이 압박감에 짓눌려서 먼저 불안을 드러내거나 '이게 애초에 말이 안 되는 프로젝트야.'라는 식으로 체념하면 될 일도 안 된다. 기대와 희망을 주는 방법은 상황마다 사람마다 달라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기는 어렵다. 팀장이라면 자신의 상황과 팀원의 성향에 맞게 그 방법을 연구해야 할 일이다.
친구에게 불안과 조급함을 다스리고 팀원에게 맡길 것은 맡기고, 말은 줄이고, 팀장으로서 말로 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고수의 듬직함'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내공을 쌓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건 저절로 되는 건 아니고,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친구가 어떤 방향으로 노를 잡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