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뭐래?"라고 묻는 팀원이 좋다.

by 하나둘셋

대기업 디자인 팀에 있는 후배는 노력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감각'을 자산으로 하는 디자인 업무의 특성상 본인의 업무 외에 수시로 다른 팀에서 요청하는 사안을 처리해야 했다. 아이디어를 달라거나, 참고할 자료를 달라거나, 기왕에 나온 디자인에 대한 검토 의견을 달라는 식이다.


이것은 후배만 겪는 어려움은 아니고 디자인 팀원들 모두가 겪는 어려움인데 사람마다 대처가 다르단다. 누구는 최대한 빨리 간단하게 의견을 주고 다시 자기 일에 몰입하는가 하면 누구는 '갑자기 의견을 달라고 하면 어떡하느냐, 생각을 해 봐야 한다.'라고 하면서 한참 실랑이를 한단다. 후배는 내게 "선배라면 어떡할 거냐."라고 묻는다. 나는 상대 팀원에게 "팀장은 뭐래? 본부장은 뭐래? 상무님은 뭐래?"라고 묻고, 그들의 관여 정도와 지향에 따라 나의 대응 수준과 고민의 방향을 정하겠다고 답했다.




일을 맡으면 자신의 고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신경 쓴다면 전년도 자료를 찾아보고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팀장의 의중 파악이다. 팀장의 의중은 팀장 개인의 의중이 아니다. 팀장의 의중은 팀장이 각종 간부회의에 참석하면서 수집한 것으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합의가 반영된 일종의 지침이다. 팀장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은 회사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일에 필요 이상의 기운을 쓸 이유가 없다. 그러느니 차라리 노는 게 낫다. (실제로 나는 한 팀원에게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맡긴 후 "그 일 열심히 하시면 가만 안 있을 겁니다."라고 했던 적도 있다. "쉬엄쉬엄 하세요. 중간에 예상에 없던 프로젝트들 떨어질 텐데 그때 역할 부탁드려요."라고 덧붙였다.)


팀원들에게 일을 시키면 팀장인 나의 의중을 궁금해하고 얘기하면 잘 알아듣고 그것을 지침 삼아서 일하는 팀원이 있고, 반대로 아무리 얘기를 해도 흘려듣고 자기 식대로 일하는 팀원이 있다. 흘려듣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익숙함을 쫓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부러 작정하지 않는 한 자신이 익숙한 데 꽂히고 자신이 익숙한 것에 자꾸 손이 가고 자신이 익숙한 방향으로 일을 풀어가려고 하게 돼 있다. 팀장의 얘기가 자신의 익숙함과 닿아 있다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다면 부정하거나 흘려듣게 된다. 이외에도 팀장의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는 이유는 더 많고 다양할 수 있겠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회사와 따로 움직일 때 손해를 보는 건 팀원 본인이다. 그런 팀원을 붙들고 일해야 하는 팀장도 이득 될 게 없다.


팀장 입장에서는 팀장이 뭔 생각을 하는지 관심 없는 팀원보다는 "팀장은 뭐래?"라는 궁금증을 갖는 팀원이 호흡 맞추기 좋은 상대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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