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투자자를 유혹하는 테마형 ETF의 함정

ARK ETF, 그 화려했던 시절의 기억 속으로

by Hayden

기술주 투자자를 유혹하는 다양한 분야의 테마형 ETF 상품들은 높은 성장 가능성만큼 큰 위험도 안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필자의 ARK ETF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테마형 ETF의 매력과 함정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공유합니다.


팬데믹 주가 폭등기


때는 바야흐로 2021년 초, 유래없던 팬데믹 상황이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켰습니다. 역사적인 규모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주가도 폭등했습니다.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물게 되면서 재택 관련 주가의 상승폭은 더욱 컸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인 Zoom의 화상 회의 솔루션은 비즈니스 미팅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교 수업이나 강의, 심지어 개인의 사교 모임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기존에는 없던 넓은 고객층의 필수 서비스로 부상되었습니다. 더딘 발전을 보이던 원격 진료 서비스 역시 급작스럽게 저변이 확대되면서 Teladoc과 같은 원격 진료 전문 기업의 주가도 급등했습니다.


돈나무 누나의 혁신 기술 ETF


이 당시 증시를 뜨겁게 달구었던 것은 펀드 매니저 캐시 우드(Cathie Wood)와 그녀가 운용하는 아크 인베스트 ARK ETF 상품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펜데믹 수혜주들 덕분에 ETF가 맞나 싶을 정도의 압도적인 주가 상승이 직접적이었고, 당시 초창기 위기를 극복하고 각광 받던 테슬라의 초기 투자자라는 검증된 안목까지 신뢰를 더했습니다. 또한, 혁신 기술을 발굴하고 해당 기업들만을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콘셉트가 기술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필자 역시 평소에 파괴적 혁신 기술을 좋아했던 터라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경험은, 지정가 매매를 하던 필자는 가격을 입력하기도 전에 실시간으로 가격이 계속 상승해 지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가격을 입력하는 사이에 이미 그 가격을 넘어서 다시 지정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일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밤새워가며 왜 그렇게까지 뭐에 홀려서 매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정보의 함정


추천 알고리즘은 특정 정보에 집중하게 만드는 ‘필터 버블’ 효과로 투자 결정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맞춤형 추천의 결과로 노출되는 정보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용자가 서비스에 한 번 특정 주제의 관심을 보이면 서비스는 그에 맞춰 연관 콘텐츠를 노출하고, 사용자가 이를 소비하면 할수록 더욱 세부적인 연관 콘텐츠를 추천받게 됩니다. 그래서 초기에 가졌던 생각이 점점 구체화되고 풍성해지며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


당시 유튜브에서도 캐시 우드의 인기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굉장했고 국내에서 돈나무 누나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수익률이 경신될 때마다 더 많은 콘텐츠가 양산되었고 또 맞춤 추천되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겼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대표적 수혜주였던, Zoom이나 Teladoc 같은 기업들의 기술적 차별성과 기술 장벽을 생각해 보면 그런 상승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나 이미 빠져든 투자 결심을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테마형 ETF의 함정


테마형 ETF는 변동성이 크고 특정 테마에 집중되기 때문에 널리 알려진 지수형 ETF와 다르게 고려해야 합니다. 당시 ETF 투자는 익숙지 않았던 필자는 지수 ETF와 테마 ETF를 딱히 세분화하여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S&P 500과 같은 대표적인 지수형 ETF가 장기 투자와 적은 리스크의 대명사로 여겨졌고, 전문 지식이 없는 분야도 쉽게 투자해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만능 투자 발명품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필자가 익숙한 정보 기술 외에도 미래 기술이라 생각하지만 전문 지식이 없어 투자가 망설여지는 유전자 관련 기업들을 엮은 ARKG (Genomic Revolution) 같은 세부 상품들까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ARK, 노아의 방주의 침몰


그래서 투자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알려진 바와 같이 ARK ETF는 21년 2월을 고점으로 급격한 하락을 지속했고, 25년인 지금도 그 전고점이 요원한 상태입니다. 중간중간의 상승이 혹시나 하는 희망 고문을 했지만 대세 하락을 그렸고 점차 변동성은 줄어들고 자금 유출이 증가했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증시 시장은 역대급 돈 풀기의 후유증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낳았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 등 막연히 큼을 표현하는 영어 형용사들의 어감 차이를 확실히 인식시켜 주었던 역사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중소형 기술주에 대한 거품은 꺼졌고 전망도 어두워졌습니다. 대규모 비용 효율화와 기초 재무 체력이 나았던 빅테크 중심으로 하락 후 회복을 보여주었고, 생성형 AI 돌풍이 더해져 24년 주식 시장을 화려하게 이끌었습니다. 빅테크를 배제했던 ARK는 생성형 AI가 이슈 몰이 했던 24년의 시장에서도 혁신 기술 ETF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소외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유튜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런 ETF는 투자하면 안 된다는 식의 콘텐츠가 많아졌고, 점차 그 언급조차 사라져 갔습니다.

ARK의 대표 상품인 ARKK ETF의 5년 주가 추이


값비싼 레슨


테마형 ETF는 높은 변동성과 특정 테마 집중으로 인해 장기 투자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경험을 통해 얻은 주요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ETF는 개별 주식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이는 시장 평균을 반영하는 지수형 ETF에 해당하며 보유 종목이 적은 테마형 ETF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장기 우상향을 가정하는 지수형 ETF와 달리 테마형 ETF는 구성 종목에 따라 사이클의 특징을 가질 수도 있으니 맹목적인 투자는 등락만 반복될 수 있습니다.


테마형 ETF의 투자는 포트폴리오 내 다른 상품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다른 테마형 ETF들과의 간섭이 있을 수 있고, 개별 주식과의 간섭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ETF나 클라우드 ETF를 생각해 봅시다. 메타버스와 같이 응용부터 인프라까지 수직적으로 전체 영역을 포괄하는 테마와 인프라를 주로 담당하는 수평적인 클라우드 테마는 자연스럽게 중복되게 됩니다. 또한 메타버스는 범위가 모호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대표 종목을 홍보하지만 나머지 보유 종목은 다소 억지스럽게 채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별 주식과 테마 ETF 투자를 병행하는 경우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필자의 경우 테슬라 주식에 대한 투자와 테슬라를 가장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는 ARKK ETF에 대한 투자 중복성이 고민이었습니다. 테슬라 비중이 높은 ARK ETF의 저조한 성과가 테슬라 개별 투자 심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테슬라 급상승기에도 ARK ETF의 상승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최근의 예로 보자면, 24년을 뜨겁게 달구었고 국내 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비만 치료제 ETF들과 그 ETF들의 절반 비중으로 차지하는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와 같은 개별 주식에 대한 투자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수형 ETF는 개별 주식 투자와의 상관관계를 신경 쓸 필요가 없으나 테마형 ETF는 내부 종목과 각각의 비중을 잘 고려해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합니다.


맺음말


테마형 ETF는 매력적이지만, 단기 트렌드에 휩쓸리거나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주식 시장에서의 예측은 의미가 없습니다. ARK ETF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고, 새로운 저점에 들어간 사람들이 팬데믹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고 역사를 반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에 편승해 우후죽순 격으로 나오는 ETF 상품들을 기술명만 무작정 믿고 큰 비중을 투자하는 것의 위험성을 알아야 합니다. 증시에서 대중적 인기는 단기 고점을 반영할 확률이 높고 이런 상품들은 일반적으로 수수료도 높아 장기 투자에 불리합니다. 테마형 ETF는 분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관점에서 본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시작해서 경험해 나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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