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무료이용기
급 추워진 날씨에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생존을 위해 달리기를 해볼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숨쉬기가 운동인 내겐 쉽지 않은 일... 흘린 땀이 식으면서 괜히 감기에 걸릴 것 같고, 아무것도 없는 길에서도 자주 발이 뭔가에 걸리는데 뛰다가 그러면 대참사이니까. 결국 러닝은 따뜻해지는 내년 봄부터 조금씩 해보기로 하고 대신 집에서 앉아있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계속 움직인 덕분에 밀리의 서재에 있는 책을 마음껏 읽게 되었다. 그중에서 기억하고 싶은 책을 정리해 보았다.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숨기로 했다”
너무 유명한 책인데 늦게 전자책으로 보게 된 것이 오히려 행운이다. 원래는 명화를 그린 삽화가 있었는데, 국내 25만 부 판매 기념 개정판에 웹사이트 주소가 함께 실린 것이다. 미술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작품을 고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어서 글을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 한 잡지에서 밴드보컬의 에세이를 보았는데 공연 영상 QR코드가 있었다. 이런 점은 전자책의 장점인 것 같다.
2.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독서와 체험, 여행을 많이 하겠노라 결심했건만 학원에 보내야 하지 않겠냐는 주위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귀가 팔랑거린 끝에 태블릿교재 무료체험을 신청한 찰나에 이은경 쌤의 책을 만나서 다행이다. 작가는 항상 상위권 성적을 놓치지 않는 첫째와 지적장애를 가진 느린 학습자 둘째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냉온탕을 넘나드는 육아 산전수전기를 읽으며 불안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태도를 가지리라 다짐해 본다.
3.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인생의 후반전은 나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는 순간에 시작된다."
저자는 개그맨에서 대박 국숫집 사장, 베스트셀러 작가, 강사로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교통사고를 계기로 책을 읽고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인용된 고전은 다 아는 책이지만 작가가 된 그와 독자인 나를 가르는 것은 아는 바를 실천했는가 못했는가의 차이일테다. 남과 비교하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도전과 설렘, 만족과 행복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보자.
4. 다시 만난 월든
“내가 숲으로 들어간 이유는 삶의 빛나는 정수만을 간절히 체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_ 헨리 데이비드 소로
나와 결이 맞아서 믿고 보는 정여울 작가의 신간이다. 10월 말에 나온 책도 밀리의 서재에 있어서 신기했다. 대게 전자책은 종이책이 나오고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후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책을 읽을 때마다 작가에게 저작권료가 지급되는 것일까? 어쨌든 글을 읽다 보면 함께 콩코드의 숲과 월든 호수를 걷는 기분이다. 전원에 작은 집을 지어 노후를 보내려면 10년은 걸릴 것 같으니 당장은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야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지만 읽기는 힘든 책 월든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진다.
한 달 동안 밀리의 서재를 통해 많은 책과 잡지를 접할 수 있었는데 모든 책을 완독 하지는 못했다. 한 권이라도 더 봐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겨서 진득하게 못 보겠더라고. 결국 나만의 속도로 책을 느끼고 싶어서 유료 전환은 안 하기로 했다.(읽을 책이 많이 쌓일 즈음, 반년 혹은 일 년 후에는 이용할 것 같긴 하다.) 핸드폰을 계속 보고 있자니 눈도 침침하고, 무엇보다 자기 전 침대에서 종이책을 읽는 게 너무 좋으니까~~
ps.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도 읽어 보던 중에 작가님의 부고를 접하게 되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