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최근 퇴사한 지인과 만날 약속을 잡고 종로 나들이를 했다.
육아만 하다 보니 편한 복장에 모자만 쓰면 외출준비 끝이었는데, 화장도 하고 머리에 고데기도 하고 캐주얼정장을 입고 길을 나섰다.
속은 나라는 같은 사람이지만, 스타일링의 변화만으로도 일상 속 새로움을 느끼게 된다.
지인과 만나 전날 급하게 검색했던 브런치 카페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일할 때는 한 시간이 그리도 더디게 흘러가더니 신기할 따름이다.
대화 주제도 서로 일에 치여 살 때는 불안, 불만, 넋두리가 대부분이었는데 퇴사하고 나니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자꾸 이야기하게 된다.
사람에게 주어진 에너지 총량은 정해져 있으니 좋은 걸 생각해야 한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것 같다.
특히 나는 험담 같은 부정적인 대화를 하다 보면 속이 후련해지는 게 아니라 그 말의 무게에 스스로 짓눌리고 기가 빨리는 사람이라 더더욱 그렇다.
식사 후, 커피 마실 곳을 찾아 걷다가 그곳이 익선동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버스 타고 자주 지나가던 곳이었는데, 그 뒤쪽 골목엔 한옥으로 둘러싸인 신기한 공간이 펼쳐진 것이다.
이런 우연하고 신기한 발견이 바로 걷기의 매력인 것 같다.
집밥만 해 먹다가 남이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믹스커피 대신 예쁜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를 먹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그야말로 소확행~~
내가 원하는 행복은 이런 것이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먹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상 유명한 한정식에서 식사한 적이 있는데, 리액션과 다음 얘기할 거리를 고민하느라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고, 결국은 체하고 말았던 기억이 떠오르네.
그리고 음식이 나오면 먹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고 예쁘게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릴 필요도 없다.
그저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할 뿐.
지인과 헤어진 후엔 소화도 시킬 겸, 한 정거장을 걸어가 서점 구경도 했다.
돈공부 관련 책도 봤지만 인문서적과 에세이 코너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며 읽어볼 책을 찜하고 아이 하교시간에 맞춰 버스를 탔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의 양식이 충족된 멋진 하루였다.
한 달에 한 번은 열심히 산 나에게 선물을 주기로 다짐해 본다.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