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이 좋아 산책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름날에는 마음껏 걷고 싶었으나, 땀과 구린내가 진동을 하여 그러지 못했다. 헐레벌떡 시원한 카페로 달려가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거리기 일쑤였다. 개나 사람이나 더우면 날름거리는 건 똑같나 보다. 이제는 그 긴 혀를 내밀지 않아도 된다. 묵묵히 땅과 발바닥이 마주하는 소리에 맞춰 걸어 나가면 그만이다.
자주 밖을 나가던 요즘, 참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밝은 햇살이 기가 막히게 내리쬐고 있던 오후여도 이상하게 기분이 축 처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구름도 잔뜩 끼어 비가 올 것만 같은 흐린 날에도 배시시 웃음이 나는 날도 있더라는 걸 느꼈다. 그렇게 해를 동경하던 나였는데, 왜 저 강렬한 태양에 잔뜩 주눅 들었던가.
풀이 죽어서 해를 만끽하지 못한 탓이겠지. 하던 일이 너무나 권태로웠구나, 그래서 밝은 빛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했구나. 나의 비루함이 너무나 커졌다는 걸 느낄 때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멍하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만을 응시한다. 이제는 마음속 응어리진 것을 비워야 기쁨도 즐거움도 채울 수 있지 않겠는가. 얼른 편의점으로 뛰어가 메로나를 하나 사 온다. 한입 베어문 자국이 선명한 그 메로나가 녹고 있었다. 성공이다, 이젠 해가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