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애自愛에 대해
1. 가을바람이 솔솔 부는 오후 4시, 마냥 밝은 햇볕보다 해가 조금은 자취를 감춘 오후 5시. 이 사이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20대 남성. 그는 가방에서 책을 하나 꺼내 씩 미소를 짓는다. 밀란 쿤데라, 알베르 카뮈, 익숙하지만 언제나 재밌는 그들, 차가운 콜드브루 한 모금을 더해 기쁨을 만끽한다. 어쩌면 넘치는 흥을 차갑게 식혀 균형을 맞추는 것일지도.
2. 배가 고프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해 본다. 내가 또 면을 그렇게 좋아하더라, 그러면 칼국수를 하나 먹을까, 아니다, 우동을 하나 먹어야겠다. 일본식 우동 말고 포장마차에서 파는 그 고춧가루 팍팍 뿌려진 그런 우동 말이야. 한 입 가득 면을 밀어 넣으며 그릇을 치켜든다. 국물도 크게 소리 내어 마신다. 다들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 그렇게 먹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 먹으라고 눈치를 주는 것일지도.
3. 버스를 타고 차창을 열어 둔다. 에어팟을 꺼내서 스포티파이를 연다. 가만있어 보자, 뭐가 좋을까, ‘September’가 좋겠다. “빠에야”를 연신 외쳐 대며 다시 히죽거린다. 마침 짙게 드리우는 어둠과 가로등이 썩 보기 좋다. 노래와 버스 그리고 달리는 고가 도로는 탁월했다. 너무 신이 나서 발을 구르며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따가운 눈빛이 두렵지 않으냐, 그럴 땐 내 왼쪽 에어팟을 빌려주리라. 너도 한 번 들어 봐, 어때 기분이 좋아지지 않으냐. 어쩌면 같은 노래를 듣길 원했을지도.
4. 갑자기 쿤데라가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더라. “거, 너무 무겁게만 살지 마쇼. 그렇게 짊어지다가는 부러지기 마련이야.” 이봐, 쿤데라. 내가 아무리 당신 책을 좋아하지만, 무겁게 사는 게 뭐가 어때서 그래. 사람이 말이야, 진중한 맛이 있어야지. 어, 내가 너무 무겁게 굴었나. 그냥 ‘허허’ 웃어넘겨 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쩌면 가벼워야 뜨고 가라앉을 수 있을지도. 이 모든 것이 자애 自愛였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