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가 되어버렸네

경계역에 갇힌 요즘,

by 손두란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면 번데기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느냐고 7살짜리 아들에게 물었더니, 물컹물컹하고 진득거리는 액체 같은 상태가 되는 거라고 서슴없이 답을 해준다.


내가 지금 딱 그 꼴인듯하다.


해야 할 것들은 많은데, 퇴직만 하고 나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조리 해치울 자신이 있었는데, 오히려 멈춰버렸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이 가장 그러하다. 며칠 전 호기롭게 이제는 글을 쓰겠노라 긁적였는데, 말과 같이 행해지지 않는 내 자신을 보며 또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번데기 안의 그 존재는 그저 보호받아야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직장을 놓았고, 시골인 고향으로 귀촌을 했으며, 시간의 구조화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받아들이고 탈바꿈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번데기 시기를 한 달 여 보낸 지금, 조금 움직여 볼만한 지 다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다. 미뤄두었던 '나는 성격을 선택합니다' 연재 글을 하나 마무리하여 발행하고 나니 죄책감이 조금은 사그라든다.


애벌레가 단번에 나비가 될 수 없듯이, 나 또한 화려하고 자유로운 나비를 꿈꾸며 앉은 자리를 바꾸었지만 번데기의 시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었다. 조금 늦었지만 그 경계역의 중요함과 필요성을 이제라도 받아들이며,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오밀조밀한 감각을 즐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