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고생일 때 남몰래 어딘가에 담아 두었던 꿈이 있었는데, 그건 여러 가지 직업을 경험해 본 다음 할머니가 되었을 때에는 '소설 작가'가 된다! 는 꿈이었다. 소설 작가는 엄두도 못 내는 지금이지만, 어쨌든 브런치에서 '작가'라고 해줘서 얼렁뚱땅하게 작가가 된 지 열흘이 되어간다- 종국의 꿈이 작가였기 때문인지, 더 이상 새로운 꿈이 나에게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이 기쁜 요즘이다-
아주 현실적인 사람, 판타지나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판타지나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은 인생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용기와 희망을 얻는 것이 소설이나 판타지를 읽은 사람보다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나의 가설이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면서부터 공상과 환상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었는데, 내가 아이의 발달과 심리를 업으로 배우지 않았더라면 '어머, 얘 괜찮아?'하고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무튼 공상과 환상은 왜 발달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사라지는 것이며, 우리는 소설과 판타지를 왜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해리포터와 함께 청소년기를 보냈다. 더불어 나니아 연대기, 호빗, 반지의 제왕 정도의 판타지 소설을 읽은 게 고작이었지만 소설책은 제법 읽었다. 어린 시절 소설과 판타지를 읽었던 그 힘이 어른이 된 나에게 인생을 해처 나갈 막연한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었지 않나 생각된다. 현실이 녹녹지 않더라도 나는 내 능력과 사랑의 힘을 믿고 그냥 해처 나갔다.
나는 현실적인 부모이기보다는 낙관적인 부모이다. 현실적이라는 말과 낙관적이라는 표현을 반대 자리에 두는 게 말이 안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비현실적이라고 하기에는 나는 현실적인 편이다. 무튼 나는 아이에게 현실을 살피라는 메시지보다는 자신을 믿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많이 주는 부모이다.
현실은 적응하는 것이지 대비하는 것이 아니다. 유아기의 판타지 그림책 경험은 아이에게 적응의 힘을 길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는 것과 현실에 잘 적응하기 위해 판타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위대한 용기를 막연하게 채우는 것, 그것이 다섯 살 꼬마를 기르는 동안 내가 신경 썼던 것이다.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 직면하기 되는 다섯살 꼬마에게 판타지와 환상은 자신의 존재를 지켜내는 생명줄 같은 것이 아닐까?
꼬마뿐만이 아니다. 서른과 마흔 사이에 내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아주 대단하고 막무가내였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당차고 유연하게 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읽었던 판타지와 소설, 즉 문학의 힘 덕분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이제 겨우 작가라는 말을 들은 지 열흘이 되었고, 에세이를 쓰고 있지만- 종국의 내 꿈은 소설이고 판타지다. 지금 내가 쓰는 글들은 나름의 소신이 깃들어 있다. 말 그대로 작은 신념이다. 그것은 지식과 경험과 정서가 빠짐없이 들어간 글을 쓰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러한 소신으로 글을 쓰다 보니 나 자신에 대한 경의로움이 내 안에 쌓인다. 자신에게 쓴소리만 하고 살 던 사람이 내 삶을 글로 쓰고 타인이 되어 읽어보는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이야, 이 사람 좀 대단한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글을 쓰며 자신을 사랑하고 알아차리고 위로하는지도 모르겠다.
무튼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글쓰기가 왜 재미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가고 싶었다. 정리하자면 글을 쓰는 이유는 열심히 살아온 나의 삶을 기록하여 지식-경험-정서를 끈으로 삼아 잊힐지도 모르는 장면 장면을 남기기 위해서이고, 글쓰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그러한 작업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고 스스로에게 인정자극을 주는 것이 달콤하기 때문이다.
심리검사는 내 마음을 수치나 단어로 정리하여 나타내어 준다면, 글쓰기는 훨씬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나를 보여주는 작업인 것 같다. 남들에게 인정받은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 된다면, 그것 또한 글로 인해 내가 인정받아보려 몸부림치는 것이 될 것 같아 경계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도 구독과 라이킷 알람이 기분 좋은 건 무시할 수가 없네-
마흔이 되기 전에 열심히 글쓰기를 하여 나의 지난 삶들을 구석구석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미 만 38년을 살았으니 부지런히 써야 한다. 마흔이 되면 어떤 글이 쓰고 싶어 질까? 글을 안 써도 나 자신을 매 순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이미 되어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그다음은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어있을까?
두근두근, 정신 차리고 지금-여기로 돌아와야겠다. 글쓰기가 현실을 도피하여 과거와 미래에서 유희를 즐기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글쓰기의 재미 앞에서는 경계할 것이 많아진다-
이기적인 글쓰기이지만 구독해 주시고 라이킷 해주시는 작가님들과 독자 분들께 감사합니다 :) 그리고 작가라는 꿈을 기대보다 일찍 이루게 해 준 브런치스토리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항상 오탈자 고쳐주고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내 글을 인정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