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이 발표되고 24시간 동안의 이야기
1년에 한 번 방문하던 서점이 있다. 서촌의 2층에 위치한 서점인데, 제3자가 보기엔 1년에 한 번이면 그닥 자주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스스로는 방문주기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내심 '이 정도면 단골이지'라고 느끼던 곳이다.
올해도 그 서점을 가던 도중 제법 가까운 곳에 새로 서점이 들어선 것을 보았다. 들어가보려 했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창문 너머로 빼꼼히 보이는 정갈한 서적들이 눈길을 끌었지만, 열리지 않는 문과 루틴을 깰 수 없다는 압박으로 인해 2층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책을 보고, 책을 사고, 새로 생긴 책방은 잊은 채 여느 날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뉴스 속보로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인스타그램을 하던 와중 흥미로운 피드를 보았다. 한강 작가가 서점을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 얼마 전에 발견한 서점을 말이다.
그 날 그 서점을 갔더라면.
내가 그 작은 서점을 먼저 나의 삶에 받아들였더라면, 나는 이 소식이 무척 기뻤으리라.
서점의 분위기가 따뜻했다면 '역시 대작가는 독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책의 큐레이션이 훌륭했다면 '이런 섬세함이 그의 작품의 원천이구나'라고 넘겨짚기도 했을 것이며, 어쩌다 한강 작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더라면 사람들 앞에서 '나는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며 뽐낼 기회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기회는 없다.
유명세를 얻은 서점은 호기심 어린 눈을 가진 수많은 독서인으로 북적댈 것이고 여러 품평에 오르내릴 것이다. '나 주말에 한강 작가 서점 다녀왔어'라고 운을 띄우면 '너도? 나도!' 정도의 흔한 인사치렛말로 치부되거나 '너도 시류에 편승하는 인간이었냐?'와 같은 냉소적인 반응이 올 수도 있겠다. 서점이 가지고 있는 그림자, 냄새, 그리고 종이 넘기는 소리를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시선과 향기와 말소리가 그 곳을 감쌀 것이다.
환희와 동시에 상실감이 드는 만 하루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