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흔, 나만의 자서전을 써본다.

by 글라라홍


나 자신에 대해 글로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맨 처음 40대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만 해도 나는 내가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이건 아니잖아... 이건 왠지 변명 같잖아... 나 자신을 멋지게 포장하려는 것은 아닐까? 나를 스스로 속이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조금씩 생겼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쓰는 것을 멈춰버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40대를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나조차 ‘정말 이게 맞는 걸까?’라는 혼란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쇼호스트를 그만두고 나올 때의 모습을 쓰는 시점에서는 ‘정말 이 일이 나랑 안 맞았나? 그렇다면 지금 아예 이쪽 일을 접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왜냐하면 회사를 나온 후에도 '홈쇼핑 게스트'라는 이름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일도 했고, 지금은 모바일 쇼핑라이브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또 대학교와 쇼호스트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청준의 소설 ‘자서전을 씁시다.’ 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과거가 아무리 추하고 부끄럽더라도 솔직히 시인할 정직성과 참회할 용기가 없다면,

그리고 자신의 것을 사랑할 애정이 없으면, 자서전 발간을 단념하십시오.”


이 문장을 보고 내가 왜 글 쓰는 것이 괴로운지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었다.

결국 나는 그동안 내가 써왔던 일기장들을 하나씩 펼쳐보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아나운서를 준비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했던 마음부터, 여수 MBC에서 아나운서 생활하며 느꼈던 것들, 서울로 다시 올라와 홈쇼핑 쇼호스트를 시작할 때, 하던 방송일을 접고 남편 따라 미국에서 살던 2년간의 생활, 그리고 출산, 다시 홈쇼핑 쇼호스트로 입사해 15년간 일을 하고 관두기까지.

힘들 때마다 일기장을 펼치고 써 내려갔던 내 마음들이 그 안에 빼곡히 담겨 있었다.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보았다.

그 당시 나의 상황, 나의 마음, 나의 부족했던 점들을.

세월이 흘러 다시 보니, 그 당시 겪었던 그 일들을 훨씬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예전에 고 이어령 박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젊은이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딱 이거 하나야.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그리스 사람들은 ‘진실’의 반대가 ‘허위’가 아니라 ‘망각’이라고 했어요. 요즘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잊어서 그래요. 자기가 한 일을 '망각'의 포장으로 덮으니 어리석어요, 부디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나만의 자서전을 써본다.

망각하지 않게. 과거를 잊지 않게.

나의 지금을 써본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일과 삶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찾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