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의 턴
내 나이 30대일 때, 난 빨리 마흔이 오길 바랐다.
나에게 40이라는 숫자는 설렘 그 자체였다.
마흔은 ‘불혹’이라는데, 얼마나 근사할까?
세상의 유혹 따위 가볍게 날려버리고 내 마음 가는 대로, 내 뜻대로 살아가는 나!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차올랐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마흔이 지나도 여.전.히 나는 출렁거렸다.
어느 날 아침 거울 속에 비친 내 우울한 얼굴은 나를 몹시 슬프게 했다.
'성당도 열심히 다니고, 좋은 책들도 많이 읽고, 명상도 하고.. 불혹을 꿈꾸며
나름 열심히 노력했는데, 마흔이 되면 이제 더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힘들지?' 내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러웠다.
내 나이 40대. 그때 쓴 일기들을 뒤적거리다 보니,
‘연금술사’로 유명한 파울로 코엘료의 글들이 가득하다.
‘지혜의 길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신은 용감한 이들의 신이야. 용감한 이들은 두려움을 안고 결정을 내리고,
내딛는 걸음마다 악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번민하고,
자신이 옳은지 그른지 스스로 묻는 이들이기 때문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행동하는 이들이야. 그들은 행동하지. 그들은 기적을 믿기 때문이야.’
정신병원 입원, 자살 기도, 투옥, 세계적인 음반 회사 임원, 이후 40대에 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의 삶이
녹아나서 그런 걸까? 그의 책들에는 유난히 ‘용기, 꿈, 죽음, 희망, 빛, 사랑’이란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 단어들은 나를 그의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아마도 내 마음 깊숙이 새로운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래 휴가를 다녀와도 돼? 회사 책상 없어지는 거 아냐?"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두 달간의 휴가를 떠나기도 하고, 성지 순례를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틀을 깨고 싶은데... 훨훨 날고 싶은데...' 자꾸 벽에 부딪치는 느낌, 혼란과 답답함은 여전했다. 일에 대한 흥미는 점점 떨어지고, '내가 평생 이 일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과 함께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안정적인 수입과 쇼호스트라는 직업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미래에 대한 꿈도 계획도 없었다. 그저 45세가 되면 하던 일들을 모두 멈추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편안하게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이 내 소망이었다. ‘이 정도면 됐어’라는 안일함에 젖어, 방송도 평상시 늘 하던 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뒤로 밀리고 있었다.
새롭게 탄생해야만 했다.
나의 안 좋은 습관들을 버리고,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나의 익숙함과 결별을 선언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했다.
'생즉사, 사즉생 ( 生則死, 死則生 )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
이 절박한 문장을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내 몸과 마음은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50대를 넘어 선 지금.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니,, 답이 보인다.
그때 내가 왜 그렇게 흔들렸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