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놓은 노끈인 줄 알았는데 알록달록한 어린 뱀이었다 간밤에 비가 왔고 몸을 덥히려 양철판 위에 누운 것이다
한양병원 사거리를 통과하는데 전기로 가는 두 바퀴들이 지난다
한사코 혼자서는 못 타고 둘이 지나야겠다고 쌩하고 먼저 달린다
보도블록을 걷는 나이 어린 연인들은 옆구리를 착 붙이고 걷는다 빈틈없는 걸음걸이, 걸으면서 남자는 한 손을 들어 여자의 머리를 톡톡 건드린다
아직은 설익었는데 잘 익었나 가늠해 보는 수박 같다
흰 차가 주차선을 향해 비스듬히 움직인다
빵빵거린다 백미러를 들여 다보는 시선이 뒤쪽을 살핀다 다시 움직이려는데 또다시 빵빵.. 선글라스를 쓴 뒤차는 흰 차에게 비키라고 한다 미간을 찡그린 여자가 하는 속엣말이 다 들린다 흰 차가 마지못해 피한다
마트에서 과자를 사려는데 젊은 두 사람이 얼굴을 비비면서 비켜주지 않는다
그 곁을 비집고 들어가서 과자를 골랐다
낮술에 취한 친구가 전화를 해서 혼자만의 말들을 한다 이 빠진 단어들 사이를 헤이다가 그의 틀니를 주웠다 쓰레기처리장으로 가는 중이거나 누군가에 짓밟였을 언어들이 누워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려나 보다
가을은 짙은 회색으로 농익고 대추들은 붉게 물든 바퀴를 타고 도시로 흘러들어 간다
어린 뱀이 연인처럼 술 취한 친구로 다가와 얼크러지고 설 크러 져서 떠나가면서 손을 흔든다 엉겁결에 손을 흔든다 뚜벅뚜벅 걷다 보니 어느새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