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좋은 헤드헌터 구별하기

by DallE Lee

이직의 여러 가지 루트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이직을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렇기에 꼭 헤드헌터를 통해야만 이직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이직을 위해 여러 루트를 동원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헤드헌터라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 그 경험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헤드헌터의 역할에 대해 물음표를 띄우기도 하고, 누군가는 고마운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여러 해 구직 경험을 거치며 깨달은 좋은/피해야 할 헤드헌터 기준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서치펌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하자. 간혹 이직을 처음 하는 후배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헤드헌터를 통해서 이직을 하고 싶은데요, 그럼 제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다. 헤드헌터는 채용이 성사되면 후보자 연봉의 일정 퍼센티지의 수수료를 채용 회사로부터 받는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서치펌의 고객은 구직자라기보다는 채용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구직자가 서치펌에 돈을 지불하지는 않지만, 채용 시장의 핵심 주체이기 때문에 일종의 ‘양면시장’(시장이 두 개의 사용자 집단과 사업자로 구성되어 기업이 이 두 집단을 중계하는 형태의 시장,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구조를 가진다. 새 직장을 원하는 구직자와, 사람을 채용하고자 하는 채용 회사가 사용자 집단이 되고, 이들을 중개하는 서치펌이 사업자에 해당하는 셈이다.


서치펌의 수익원이 채용 회사로부터 온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서치펌은 고객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므로 채용 회사와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힘쓰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정말 시장에서 손꼽는 각 분야의 권위자가 아닌 이상 구직자는 수많은 대체자가 존재하는 그야말로 ‘one of them’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서치펌 입장에서는 후보자보다는 채용사의 눈치를 보고, 채용사의 이해관계에 맞추어 일을 하는 것이 일견 당연해 보인다. 이걸 가지고 뭐라고 해서도 안되고 서운해할 일도 아니다. 그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금의 흐름을 따르는 당연한 이치이니 말이다. 다만 이러한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헤드헌터에게 요구할 것과 이해를 바라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상적인 헤드헌터들을 제외하고, 일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판별하는 눈 역시, 제한된 기회로 최고의 효율을 올려야 하는 구직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인듯 싶다.


그럼 어떤 헤드헌터를 피해야 할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것이므로 본인의 판단으로 적절히 걸러서 활용하시길 바란다.


1. 연락두절형

사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것이 이럴 때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보통 헤드헌터들이 제안 메일을 보낼 때 다수의 후보자를 상대로 컨택한다고 한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제안한 포지션에 지원 의사가 있어 회신 메일을 보낸 후보자의 시간과 정성, 이력서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받아 놓고 그 이후 감감무소식인 경우는 비단 헤드헌터로서만이 아니라 사회인으로, 직업인으로서 기본적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횟수로 이력서를 보낸 후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하는 경우를 경험했다. 정말 황당하게는, 그렇게 연락두절이 됐던 헤드헌터가 얼마 후 슬그머니 다른 포지션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내의 유혹에 나오는 민소희처럼 점이라도 찍는 성의조차 없이 말이다. 얼마나 성의 없이 후보자를 접촉하고 제안 메일을 보내면 이럴까 싶은 생각에 그분에게는 그 어떠한 신뢰감도 생기지 않았다. 지원의사를 비추고 이력서를 보낸 이후, 진행 현황은 물론이고 합/불 여부조차 일절 공유하지 않는 헤드헌터는 일단 거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 높은 확률로, 그렇게 일하는 분들은 후보자를 판별하는 성의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애초에 제대로 매칭되는 포지션을 제안했을 리도 없기 때문에 그들을 통한 구직은 애초에 확률이 낮다.


2. 핀트어긋형

1번 분들이 보통 여기에 같이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보자의 경력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없어, 관련도가 적은 포지션을 제안하는 유형이다. 헤드헌터들을 통해 많은 제안을 받지만, 사실 그중 일부는 ‘아니, 왜 나한테 이 포지션을 제안하지?’ 싶은 것들이 있다. 기본적인 이력사항을 보고 제안을 하는 것일 텐데도 말이다. 이건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이고, 채용사의 Job Description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한 분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헤드헌터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간혹 가다, 처음에는 관련 없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했으나 채용사의 특수한 요구 사항이 있어 예외적인 제안이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엔 헤드헌터가 이러한 상황을 후보자에게 먼저 설명해 주기 마련이고, 오히려 이런 경우는 채용사의 요청 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다른 얘기가 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런 케이스라기보다는 그저 무지성 제안 살포에 가까운 경우가 많으므로 구별이 필요하다.


3. 후려치기형

다음은 후보자의 경력을 폄훼하고 무시하는 경우다. 특히 연차가 낮은 주니어 레벨 구직자의 경우 헤드헌터가 제안하는 포지션에 끼워 맞추려는 목적으로 후려치기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본인 역시 주니어 시절 이 같은 경험이 있다. 심지어 그때는 제안하는 포지션에 끼워 맞추려는 목적도 아니었다. 헤드헌터와 커리어 상담을 하며 목표하는 대상 회사를 이야기했더니 돌아온 답이 “본인 경력으로 그 회사는 못 가요. 거기는 A회사(업계 1위인 회사를 지칭하며, 나는 업계 3위 회사에 근무 중이었다) 출신이면 모를까. 그리고 해외 탑티어 대학 출신이 아니면 어렵고요.” 당시 얼마나 낙심하고 의기소침했는지 모른다. 나름 커리어를 잘 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나 정도로는 지원도 못하는, 절대 안 되는 경력이라니. 그러나 우스운 게 뭐냐면,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 나는 그분이 절대 안 된다고 했던 회사에 입사했다. 물론 다른 헤드헌터를 통해서. 입사하고 보니 국내 대학 출신이 대부분이었고 과거 회사의 네임밸류가 아니라 각자의 직무 전문성을 인정받아 입사한 분들이 많았다.


무슨 얘기냐면,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헤드헌터가 하는 말에 휘둘릴 필요 없다는 것이 첫째, 둘째는 의도를 알 수 없는 후려치기는 사실 여부를 떠나 후보자에게 절대 할 필요가 없는 말이기에 걸러야 하는 헤드헌터라는 뜻. 내가 어떤 경력을 가졌건 다 나에게 맞고 나라는 사람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회사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걸 어떤 획일화된 기준을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다. 늘 강조하건대, 취업은 1등부터 100등까지 점수대로 줄을 세워 차례로 들어가는 시험이 아니다. 그리고 불순한 의도로 후보자의 경력을 폄훼하는 그 사실만으로도 피해야 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떤 분들이 좋은 헤드헌터일까?

기본적으로는 위에서 열거한 유형의 반대 특성을 가진 분들이다. 진행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와 피드백이 빠르고(특히 불합격일지라도), 후보자의 경력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으며, 신뢰감을 주는 태도와 말투를 가진 분들 말이다. 그리고 추가적인 부분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생생정보통 유형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채용요건과 직무 설명 외에 추가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다. 아마도 그런 분들은 채용사와의 관계를 통해 별도 정보를 받았거나, 혹은 개인적 네트워크가 있어 내부 정보에 밝은 경우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지원하는 포지션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혼자 지원하는 것보다 헤드헌터를 활용하는 것이 단연 유리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적극지원형

그리고 설사 별도로 확보한 추가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후보자가 요청했을 때, 채용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후보자의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주려고 하는 분들이다. 제안받은 포지션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을 했더니, 자기가 물어보기 뭐 하다며 면접에 가게 되면 직접 물어보라고 하는 헤드헌터가 있었던 반면, 면접 준비 시 유용하게 활용할만한 정보들을 알아서 먼저 파악해 알려주는 헤드헌터도 있었다. 이 경우도 헤드헌터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3. 내편 같은 유형

보통 면접과정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비로소 ‘아, 헤드헌터한테 고객은 회사였지’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채용 확정이 되고 오퍼레터를 받는 과정인 것 같다. 그동안 온갖 감언이설로 내 편인 것처럼 굴던 헤드헌터가 갑자기 태세를 전환하여 내 경력을 후려치고 회사 측 처우 수준을 수용하기를 종용한다. 당연히 원활한 채용 성사를 위해 후보자와 채용사 간의 간극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겠으나, 간혹 그 정도가 지나쳐서 불쾌함마저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그래도 최소한 ‘척이라도’ 후보자 측 의견을 존중해 주려는 분이 있다. 결국 후보자도 만족하는 수준에서 입사해야 이직 후 후회할 일이 적기 때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좋은 헤드헌터를 만나서 외롭고 어려운 구직 활동이 훨씬 수월해질 수도 있고, 혹은 헤드헌터 때문에 괜한 감정소모와 시간 낭비를 경험할 수도 있다. 나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는 헤드헌터를 잘 판별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역할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므로 결코 헤드헌터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구직 과정에서 나에게 필요한 적절한 도움을 주는 역할 일뿐, 나의 커리어를 책임져 주거나 내 커리어의 절대적 결정권자도 아니다. 내 커리어는 내가 가장 잘 이해하고 이해하고 있고 내 가치와 목표 또한 내가 정하는 것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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