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오퍼레터와 처우 협상

스스로의 마지노선을 정할 것

by DallE Lee

드디어 이직의 막바지에 다 달았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다.

지원한 회사로부터 오퍼레터를 받았으니 이제 처우 협의를 시작해 보자.


사실 연봉은 직장인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비단 직장인뿐 아니라 돈을 받고 일을 하는 모든 프로페셔널에게 중요한 게 바로 몸값이다. 이걸 단순히 세속적인 시각에서 ‘돈문제’라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 직업인의 경력과 역량에 기반한 가치를 수치로 표현한 게 바로 연봉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안에는 시장 경제의 논리가 적용되어,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공급자인 이직자의 입장에서는 수요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대한의 금액을 이끌어내는 것이 성공이겠고, 수요자인 회사 입장에서는 공급자가 입사를 포기하기 직전의 금액에서 협상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상호 간의 논리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고 처우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연봉 협상 과정에서 가장 유효했던 나름의 ‘전략’(?)이라면 마지노선 금액을 마음속에 상정해 두는 것이었다. 이 밑으로는 절대 내릴 수 없다는 나만의 하한선 말이다. 보통은 희망연봉만 정해 두고 마지노선까지는 확고하게 정해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희망연봉은 말 그대로 ‘희망’ 사항일 뿐이므로 유동성의 여지가 크지만 마지노선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변치 않는 나만의 기준선이다. 그리고 이 마지노선을 고민할 때는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 수준을 크게 밑돌지 않는, 내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하는 게 좋다. 합격만을 염두에 두고 불합리한 수준에서 마지노선을 정하고 입사한 경우, 입사 후 당연히 맞닥뜨릴 다양한 시련 속에서 높은 확률로 입사를 후회하게 된다. 그러니 마지노선은 내가 진짜 괜찮은 수준으로 잡아야 한다.


오퍼를 받았는데 희망연봉을 상회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는 아마 희망연봉과 마지노선 사이의 연봉을 제시받는 경우일 것이다. 나는 반드시 희망연봉까지 끌어올리고 말겠다는 명확한 이유와 의지가 있는 경우라면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재협상을 시도해 본다. 여기서의 핵심은 ‘논리와 근거’이다. "원래 이직하면 20%는 올려주는 거 아닌가요?" 이런 식은 곤란하다. 처우협상을 담당하는 인사팀 직원도 그저 회사 방침에 따라 업무를 하는 임직원일 뿐이다. 기분 좋다고 그냥 아무 기준 없이 연봉을 올려줄 수는 없다는 거다. 본인도 윗사람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니 보고할 때 근거가 될 논리와 자료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여기서의 이유와 근거라면 당연히 기존 직장의 현재 연봉이 된다. 그 외에 본인이 별도 받았던 인센티브나 특별 성과급, 현금성 복지 가운데 급여 성격이 강한 것이 있다면 논리의 근거로 삼아볼 법하다. 추가로 본인이 낼 수 있는 예상 성과에 근거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역시 명확한 수치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OO상품 매출을 내가 가져오는 신규 거래선을 통해 20% 신장하겠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뒤에도 후술 하겠으나 정말 스스로 자신이 넘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연봉 상향을 시도하지는 않는 게 낫다. 내 발목을 스스로 잡는 경우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명확한 논리에 의해서 제기하는 추가 협상은 가능하지만, 논리와 근거 없는 무지성 상향 조정은 지양하기를 권한다. 단순히 새로 입사할 회사 인사팀에 안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상기할 때 그렇다. 본인의 경우 상당한 인상률을 적용받아 이직한 경우도 있고, 매우 미미한 인상률로 이직을 한 경험도 있다. 물론 이직을 하는 입장에서는 후자의 경우는 아쉬운 협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꼭 그게 나쁘게 작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회사의 내규를 벗어나 과도한 연봉으로 입사한 경우 필요 이상의 지나친 기대치를 올려두어 이후의 회사 생활이 매우 피곤했던 경험이 있다. 반대로 아쉬운 협상의 결과로 입사했던 경우에 희망 연봉의 갭을 매워주기라도 하듯 입사 당해연도부터 높은 고과를 받고 몇 년 동안 고 성과를 유지하게 되어 몇 년 후 희망연봉을 훌쩍 넘어선 적도 있다. 그러므로 본인이 생각하는 마지노선의 금액 이상이라면 회사 측에서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는 것이 경험상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처우 협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네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큰 논쟁 없이 물 흐르듯한 협상이 제일 좋은 것 같다.


한 번은 마지노선마저도 절대 맞춰주지 못하겠다는 회사가 있었는데, 그 경우에는 과감히 입사를 포기했다. 그 회사 역시 그저 연봉을 깎으려는 게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럼 아쉽게 되었다고 쿨하게 이별했다. 나 역시도 그냥 던져본 블러핑 카드가 아니었으므로 아무런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 만일 내가 그때 “앗, 그러시다면 그냥 말씀하신 연봉에 맞출게요” 했다면 어땠을까? 당장은 이직에 성공해 기뻤을지 모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회사에 불만이 생겼을 것이고 그건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인 팁을 추가하자면, 지원자가 제시한 희망연봉과 회사 측 금액에 차이가 클수록 회사 측 오퍼에는 영끌한 온갖 현금성 복지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명확히 보자면 현금성 복지는 연봉이 아니다. 다시 말해, 다음 이직 시에는 연봉에 포함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사팀에서 현금성 복지를 근거로 협상을 하려고 하면, 정중하지만 단호히 대응하는 편이다. 같은 의미에서 인센티브도 크게 고려치 않는다. 인센티브라는 건 원래 확정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년까지 높은 퍼센티지로 지급되었다 한들 내가 입사한 후 갑자기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 실제로 경험하고 깨달은 바다.) 보통 회사의 연봉 테이블과 희망연봉 차이가 클 때 인사팀에서 쓰는 방법이 사이닝 보너스이다. 대개 1,2년의 기간을 정해 두고 입사에 따른 일시지급형 보너스라고 보면 된다. 또는 이후 계속 근무를 하는 경우 특정 고과(보통은 중간 고과인 B등급) 이상이면 무기한으로 계속 지급되는 리텐션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한다. 사실 이 정도까지 동원됐으면 인사팀 입장에서는 할 만큼 한 경우이긴 하다. 도저히 내규에 따르면 이 지원자의 연봉을 맞출 수는 없는데, 그래도 이 지원자를 놓치기는 싫으니 온갖 방법으로 총액이라도 맞춰주는 것이다. 정말 인사팀에서 줄 수 있는 최대한인 경우에는 진짜 그게 그들의 마지노선일 수도 있으니 받아들이거나, 도저히 안 되겠으면 입사를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다. 만약 조금 더 욕심 낼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면(이 경우엔 진짜 눈치 싸움 잘해야 한다. 자신 없다면 아예 시도를 하지 말기를 권장한다.) 총액은 그대로 두고 기본연봉의 금액을 올리고 보너스 금액을 낮추는 식으로 조정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공식적 내 가치는 기본연봉이니 말이다.


연봉은 참 중요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안 중요하기도 하다. 직무와 비전, 회사와의 합 등등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경우에 동일한 연봉 협상 공식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자신의 상황과 의지, 다양한 무형의 요소들을 고려해 나만의 공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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