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15년 차 이상 시니어 경력직의 이직

by DallE Lee

시니어 경력직의 이직은 참 어렵다.

당연하다. 올라갈수록 갈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드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머리가 무거운 시니어는 새로운 조직에 대한 적응력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어, 차라리 빠릿빠릿한 과장급을 뽑아서 지시를 내리는 편이 낫다고 보는 게 대부분의 회사 생각이다.


그러나 이를 달리 보자면 시니어급만 할 수 있는, 시니어급에게만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자면 이렇다. 디테일한 지시 없이도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주니어를 육성하며 업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렇듯 시니어급 경력직에게 바라는 것이 매우 많다. 기대치가 높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시니어급 경력직 이직이 어렵다. 소위 가장 잘 팔리는 시기인 과장급 1-2년 차와 비교해 봤을 때 기회 자체가 현저히 적으며, 적은 기회만큼이나 경쟁률도 비교할 수 없게 급격히 높아진다. 사실 그래서 시니어라면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 완벽할 수 없고,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억울하고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 와중에서도 굳건히 지키고 갈고닦아 온 본인의 필살기가 필요한 것이다. 아직 시니어급 이전의 분들이라면, 이 점 명심하고 커리어 관리를 하시면 좋겠다. 어쨌거나 오늘은 15년 차 이상의 시니어급들께 드리는 이야기이니, 이미 벌어진 일은 차치하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최적의 방향성을 찾아보는 것으로 해보자.


1. 자신의 포지션을 명확히 정하기

시니어급으로서(편의상 15년 차 이상으로 정의하겠다) 이직을 결심하였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일단은 자신의 경력과 업무 스타일 등을 고려해 스스로의 포지셔닝을 해보는 것이다.

주변 지인들의 사례와 개인적 경험에 기반하여 아래와 같이 구분해 보았다.


1) 상대적으로 업종 평균 대비, 연차 대비, 연봉이 크게 높지 않은 편이고, 보직 경험이 거의 없다

(관리자형 보다는 실무형)

2) 업종 평균 대비 연봉이 높고 보직 경험이 있으며, 리더십 포지션 위주로 경력 관리를 하고 있다


위 두 가지 case 중, 본인이 어디에 더 가까운지 생각해 보자.


1)번 전자라면 본인이 가진 업무 전문성, 노련한 실무 스킬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직책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갈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크게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주니어급과 비교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실무자급이라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기회가 있다고 본다. 조직이 크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다양한 직무와 연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내 내재화되어 있지 않은 역량을 외부 인력 수혈을 통해 해결하려고 할 때 고연차 시니어급을 고려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큰 기업이면 인사 적체가 있어 무보직 시니어급들이 사내에 많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실무자인 시니어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사내 분위기가 있기도 하다. 여기서 드는 당연한 의문인데, 인사 적체까지 있는 회사에서 과연 시니어급 실무자를 뽑을까요?라고 말이다. 맞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이것저것 다 해본 제너럴리스트분들은 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단 특정 분야에서 뾰족하게 경력을 가지고 계신 스페셜리스트 분들에게는 기회가 있다. (실제로 본인이 목도한 케이스가 꽤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지만 한바탕 구조조정이 휩쓸고 간 회사의 경우에, 몇 년 후 시니어급 실무자를 다시 외부에서 데려오는 경우도 보았다. 고연차 순으로 정리해고를 했더니, 막상 위에서 지시한 내용을 바로 이해하고 바로 실행의 주도권을 휘두를만한 시니어급들이 없더란 얘기다.


2)번에 해당하는 분이라면, 오히려 1)번 분들에게 적합한 포지션에서는 경쟁력이 낮다. 회사 입장에서는 주로 조직을 관리하던 사람을 실무자로 데려왔을 때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 인력 채용 시 주요 직책자 포지션에는 연봉 상한이 크게 적용되지 않는 편이지만(당사자의 현재 연봉을 기반으로 획기적인 오퍼를 내리기도 한다), 실무자 포지션에서는 보통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연봉이 맞지 않아 애초에 후보자로서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2)번 분들은 직책자 포지션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승률이 높겠다. 채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조직관리 경험이 있는 분이니 선호할 테고, 연봉을 맞춰 주는 명분으로도 타이틀이 있는 편이 유리하다. (물론 그만큼 책임과 부담이 커지는 것이니 커리어적으로 반드시 정답이라고는 볼 수는 없다) 여기서도 의문이 생길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주요 보직은 내부 인력을 승진시키려는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연봉도 많이 주는 리더십 포지션은 소수의 스펙 좋은 몇몇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얘기 아니냐고. 그 말도 맞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경쟁 상대 역시 그런 분들이다. 스펙 좋은 대기업 출신의 리더급들과 똑같이 서류 내고, 면접 보아야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가 적기 때문에 활동하는 풀이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그러나 또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고연차의 시니어급의 무기는 스펙도 스펙이지만, 바로 경력 그 자체라는 것. 채용하는 회사의 요구 조건과 100% Fit 하는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최종합격까지는 몰라도 최소 면접 기회는 반드시 있다. 그리고 그 면접 기회를 잘 활용해서 최종 합격까지 이르는 건 본인의 역량인 것이다.


필자가 다소 소심한 관계로 사족 하나 덧붙이고자 한다. 본인은 커리어 코치가 아니고, 보시는 분들 각각의 경력을 획일화할 수 없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포지셔닝을 그대로 적용하면 빛나는 커리어가 보장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다. 이건 그저 '승률'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다. 서류 합격률과 그로 인한 최종 합격률만을 고려했을 때 그러할 것이다라는 본인의 추론인 점을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1)번에 해당하시는 분들이 이직을 통해, 2)번의 길을 추구하실 수도 있고, 반대로 2)번 분들이 1)번의 경우를 통해 오히려 더 오래 커리어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실 수 있을 것이다.


2. 유연함과 친화력이 살길이다.

본인이 주니어 시절, 만났던 두 분의 부장님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두 분은 이직을 통해 새롭게 합류하신 분들이었는데, 두 분 모두 각자의 직무 전문성이 있었고(당연히 그랬기에 시니어급으로 이직도 하신 거겠지만) 회사에서 기대도 그만큼 컸었다.

한 분은 매우 내향적인 분이셔서 입사 후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주니어인 나를 제외하고는 크게 대화를 나누는 동료 직원이 없었다. 사실 다른 직원들과 어울리려는 노력을 크게 하시는 것 같지도 않았다. (혹은 기존 직원들의 텃세도 있었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전 회사에서의 업무 스타일을 바꾸려 하지 않으셨다.

또 다른 한 분은 매우 외향적인 분으로, 불과 3개월 정도가 지나니 마치 저분은 회사에 13년은 계셨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계셨다.


두 분의 업무 능력이 유사했음에도 성과와 사내 평가에서 큰 차이를 보였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시니어로서 이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게다가 새로운 회사에 잘 적응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렵다. 그래도 노력은 해 봐야 하지 않을까? '타고난 성격을 어떻게 바꿔?', '이런 스타일로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걸 바꾸면 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유연해졌으면 좋겠다. 분명 충분한 능력과 경험치를 가진 분들인데 유연함 부족으로 새로이 이직한 회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나가시는 분들을 보았다. 이건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차가 찰수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직 시에 마음을 열고 유연하게 변화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성공적인 소프트랜딩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모든 시니어 경력자들, 우리 모두 힘내서 이직 성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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