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예방 교육

사전 차단에 대한 적극적 도입이 필요할

by 모든일은잘될꺼야

영국이 10년 내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학교에서 11세 이상 중등학생을 상대로 여성혐오 예방 교육을 한다고 밝혔다.


영국이 여성폭력을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차단’의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경찰·처벌 강화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인정이다. 혐오를 다루는 극우의 급진화는 최근 청소년의 교실에서 시작되고, 예방도 거기서 시작된다.


영국의 이번 조치는 여성폭력을 개인의 일탈이나 범죄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이 형성되는 사회적 과정의 결과로 본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처벌은 결과를 다룰 뿐, 혐오는 학습되고 전염된다. 특히 극우 담론은 ‘피해의식’과 ‘남성성의 위기’를 언어로 포장해 청소년의 교실과 알고리즘 속으로 스며들어 혐오를 뿌리깊게 내린다.


청소년에게 극우는 정치가 아니라 정체성의 대안으로 소비된다. 분노를 설명해주고, 실패의 원인을 타자에게 돌려주며, 폭력을 정의로 착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영국이 택한 해법은 검거보다 교육이다. 극우는 거리보다 교실에서 먼저 자라고, 그만큼 예방도 가장 이른 자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혐오 문화에 대한 정부 대응은 아직 ‘관리’와 ‘사후 대응’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혐오 범죄에 대한 독립적 법 체계는 부재하고,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정치적 논쟁 속에 계류돼 있다. 디지털 성범죄나 온라인 괴롭힘에 대한 대책은 강화됐지만, 이는 범죄가 발생한 이후의 처리에 집중돼 있을 뿐 혐오가 형성되는 과정을 다루지는 못한다. 학교 교육 역시 성평등·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산발적으로 존재할 뿐, 극우적 서사나 혐오 담론을 구조적으로 해체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대안은 분명하다.


혐오를 ‘표현의 자유’와 혼동하지 않고 사회적 위험 요인으로 분류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중등 교육 단계에서 젠더·차별·온라인 급진화에 대한 통합 교육을 제도화하고, 특히 SNS 알고리즘 기반 혐오 확산에 대해 정부가 공적 책임과 법적 제제 능력을 가져야 한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먼저, 혐오가 ‘정상적인 생각’처럼 학습되지 않도록 막는 일,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중요한국가의 역할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혐오를 개인의 취향이나 말싸움으로 둘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개입해야 할 위험으로 볼 것인지.


호주는 이미 답을 냈다.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미성년자의 SNS 접근을 법으로 제한하고, 플랫폼에 강한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급진화가 자라나는 통로에는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혐오는 방치될수록 문화가 되고, 문화가 되면 정책으로 되돌리기 어려워진다. 지금 개입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강한 통제가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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