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를 졸업한 나는 취업 면접에서 이러한 질문을 종종 들었다.
그럼 이제 악기는 평소에 혼자 취미로라도 계속 연주하시나요?
나중에 음악을 다시 할 생각 있으신가요?
이 질문은 정말 싫었다.
마치 한 사람과 10년 정도 힘들게 연애하고 헤어진 사람에게 '10년 동안 연애한 사람이니 더 이상 연인은 아니더라도 좋은 친구 관계는 될 수 있지?라고 묻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훨씬 전부터 해온 음악 전공을 직업으로 이어가지 않겠다는 선택은 음악을 떠나 다시 태어나겠다는 마음으로 내린 비장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1년 반 동안 승무원 준비를 할 당시 정말 많은 면접 탈락, 서류 탈락을 경험했다.
‘이 정도의 시간 동안 계속 안 되는 걸 보면 이건 나의 길이 아닌가 보다.
역시 예체능 전공자인 나는 대학 전공 외의 분야에서 취업할 수 없나 보다 ‘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그 뒤의 1년 반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뒤지고 뒤져 (전공생 레슨을 소개해줄 인맥이 해외 대학 출신자인 내겐 없었기에) 취미 목적으로 악기를 배울 학생들을 개인 레슨 혹은 음악 학원에서 가르쳤다. 그러다 일련의 계기들로 인해 다시 승무원에 도전하여 현 직장에 입사하게 되었다.
외항사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현재로서는 승무원 준비를 하다 중간에 그만두고 악기 레슨 강사로 일했던 시간이 시간 낭비처럼 여겨질 수 있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계속 면접을 봤으면, 좀 더 일찍 입사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음대 졸업 후 악기 레슨강사로서의 삶을 살아본 이후에 현재의 직업으로 일하게 된 것에 대해 단점보다 장점을 더 많이 느낀다. 만약 음대 졸업 후 바로 승무원으로 입사했다면, ‘난 음악을 못해서 타 분야로 취업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음악을 생각하면 마치 음악에 졌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한 시간에 적게는 몇 만 원~ 많이는 10만 원 대의 레슨비를 받는 고 수입의 전공생 레슨은 아니었지만, 내가 직접 학생을 모집해 전공으로 적은 액수의 돈이라도 벌었던 경험은 ‘난 전공 분야의 일도 할 수 있고 다른 분야의 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음악에 졌다는 생각이 바뀌고 음악에 대한, 사회인으로서의 자존감을 많이 회복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처음 승무원으로 진로를 결정한 이후 3년 반 만에 (실제 준비 기간은 2년) 목표를 이뤘기에 현재의 일을 하면서 불만, 불평이 느껴질 때, 현재에 대한 소중함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음대 졸업 후 ‘다른 분야에 대한 도전을 했다 다시 음악이 하고 싶어지면 어떡하지?’에 대해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경험해 보니, 10대 혹은 그보다 더 어린 나이부터 하루에 수 시간씩, 평균 10년여의 시간 동안 갈고닦아 온 악기 연주 실력은 1년 혹은 몇 개월 쉰다고 생각보다 크게 녹슬지 않는 것 같다. (단, 장기간의 휴식 이후 다시 음악가로 활동하려면 한 동안 작정하고 악기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각오는 해야 한다. )
다른 분야를 도전했다가 음악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커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면 돌아가도 된다.
영영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니다.
음대를 졸업하고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음악과의 이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