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vs 자기소개서

오케스트라와 회사의 차이 (3)

by 비행하는 피리

음대 졸업생이자 예체능 전공자로서 처음 회사에 지원할 때 제일 어려웠던 게 '자기소개서' 였다. 면접 준비도 낯설었지만, 자기소개서를 통과해야 면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 전형에서 통과하지 못해 면접도 보지 못하고 떨어진 경험들도 많았다.

오케스트라에 제출하는 프로필 VS 회사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
오케스트라

1. 프로필 > 자기소개서

음악계, 예체능 계는 사회 타 분야에 비해 매우 좁다. 10대 청소년 시절부터 콩쿨에서 1등을 휩쓸고 유명한 학교를 졸업한 지원자의 경우, 지원자에 대해 오디션 심사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큰 국제 콩쿨에서 수상할 경우 자신의 이름이 저절로 음악계에 알려진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지원할 때 자신의 직무 역량을 글이나 말로써 구구절절 설명하고 설득하기 보다는, 오디션장에서의 실기 실력으로 증명하고 설득해내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쓰는 것으로 부족한 실기 실력을 만회하기는 어렵다.


2. 비슷한 자기소개서 항목들

자기소개서의 질문들은 거의 비슷하다. 대체적으로 성장배경,지원동기,장단점,입사 후 포부와 같은 항목들이다. 자기소개서 전형에서 떨어져서 오케스트라 실기 오디션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회사

1. 자기소개서 > 프로필

회사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지원한다.

실기 실력 외에 나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음악계와 달리 아무리 내가 대단한 이력을 갖고 있어도 기업의 면접관들은 자기소개서를 보기 전까지 나에 대해 모른다. 또한 이력이 뛰어나도 자기소개서 전형에서 떨어져 면접도 못 보고 떨어질 수 있다. 직무에 대한 역량 뿐 아니라 우리 회사에 잘 어울리는 인재인지도 평가하기 때문이다.

즉, 나의 역량에 대해 글로써 설득을 해야한다.


자기소개서를 잘 쓰면 나와 교집합이 없다고 생각해 기대하지 않았던 회사, 나를 쳐다도 보지 않을 것 같던 회사에서도 면접의 기회를 받을 수 있다. 음대 출신인 내가 영어 학원에 입사할 당시, 학원 원장님께서 첫 면접 때 내가자기소개서를 유심히 읽어봤다고 말씀하셨다.


2. 다양한 자기소개서 질문들

오케스트라가 아닌 기업에 내는 자기소개서의 질문들은 정말 다양하다. 요즘은 영상으로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악 외에 딱히 다른 사회 분야 경험이 없던 나로서는 다양한 인생 경험으로 나에 대해 설득해야 하는 글쓰기가 일반 학과 졸업생들보다 더욱 난감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써 낼 수도 없다. 면접 때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을 보고 질문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음악만 해왔지만 뭐 하나라도 자기소개서에 어필할 만한 부분이 없는지 대학시절과 인생을 곰곰히 생각해보며 머리를 싸맸었다. 음대에 다닐 때 교내 오케스트라, 실내악 수업에서 여러 명과의 협동 경험을 자기소개서나 면접 답변의 소재로 자주 활용하곤 했다.

또한 회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내가 부합하는 부분을 찾아내려 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연혁, 인재상, 최신 기사 등을 샅샅이 조사해 정리했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나서는 직장인인 주변 지인에게 첨삭을 받았다. 첨삭을 통해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몇번이고 수정을 거듭해 제출했었다.


3. 내가 직접 만드는 다양한 이력서 양식 (주로 외국 회사에 해당)

외국 회사들은 국내 회사처럼 다양한 항목의 자기소개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이력서를 자신만의 자유로운 형식, 순서로 작성해 제출한다. Cover Letter 라고 해서 책의 서론처럼 지원하는 회사에 쓰는 편지글 같은 지원서를 함께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똑같은 이력이라도 템플릿, 글씨체, 순서에 따라 지원자에 대한 인상이 달라진다. 주어진 문서 형식에 빈칸만 채우는 이력서만 써보다가 내가 직접 문서 형식 자체를 만드는 게 어려웠다.

현재 일하는 외국계 회사에 지원할 당시, 구글에서 Resume, CV를 검색해 많이 참고했다. 똑같은 분야의 회사라도 인재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회사별로 이력서 항목의 순서를 조금씩 변형을 주어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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