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를 졸업하면 뭐하지?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은 10대 때부터 하루 수 시간씩 혼자 연습실에 박혀 악기 연습을 하는 일상을 보낸다.그들의 대부분은 막연히, 당연하듯 연주자로서의 진로를 꿈꾸며 살아간다. 나 역시도 그랬다.
모든 음대 졸업생들이 연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10대 예술중학교 재학 시절과 20대 초반 음대 재학 시절, 졸업 후 연주자로 진로를 이어가지 않는 것은 연주 실력이나 열정이 부족한 음대생에게 주어지는 길이라 여겼다. 비싼 레슨비와 악기 구입비를 오로지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후원해주신 부모님께 큰 죄를 짓는 것이라 여겼다.
무엇보다도 음악 외에는 내가 사회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분야가 없을 거란 두려움이 컸다.
예체능은 일반 학과랑 다르게 대학 입학 전부터 10년 넘게 해온 분야인데 그만두는 거 아깝지 않을까요?’
실제로 내가 국내 모 항공사 승무원 면접을 볼 때 받았던 질문이다.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나도 음대 졸업 이후 무조건 다른 분야로의 취업을 권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신중해야 하는 선택이다.
다만, 전공을 직업으로 이어가는 것보다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음악에 대한 익숙함'이 포기하는 이유가 된다면 아깝다고 생각한다.
마음만 먹으면 연주자가 아니더라도 취미로서, 감상자로서 음악과 인생에서 함께 할 기회는 충분히 있다.
음대 졸업 후 음악 외 진로를 고민할 때, 주변에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이가 없었다. 그때의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에게 음대 졸업 후 타 분야에서 활동해 온 내 이야기를 공유하며, 음대 졸업 후의 인생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용기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