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중학교 학생으로서 예고 입시에 떨어졌던 경험이 있다. 입시 탈락 결과가 발표되고 한 달 뒤, 레슨 중 뜬금없이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네가 만약에 어느 콩쿨, 오디션에서든 항상 1등만 해오던 실력을 가졌다면, 이번 예고 입시에서 떨어지지 않았을 거야.
네가 애매한 실력의 지원자라 예술중학교 재학생이라도 떨어진 거야.
지금 생각해도 매우 아픈 말이다. 실패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당사자 앞에서 하기에는 꽤 독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의 나는 자아를 형성해가는 10대 청소년이었다. 그리고 전국에서 날고 기는 예체능 전공생들이 모인 예술중학교를 다니면서 음악 전공생으로서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였다. 선생님의 독설을 100프로 수용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독설을 들은 이후, 모든 결과의 원인을 100프로 나에게 돌리게 되었다.
'나는 애매한 실력을 가진 사람' 이라는 생각을 베이스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7개월 간 독일 음대 입시를 준비할 때에는, 같은 숙소 건물에 사는 한국인 음악 유학생들로부터 매일 내 방에서 들리는 나의 악기 연습 소리로 인해 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성인이 된 후, 승무원 면접 준비를 위해 승무원 학원을 다녔다. 승무원 학원의 강사님들은 전직 승무원들이다. 그 중, 8년 동안 면접을 준비해 입사하셨던 강사님께서 수업 중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 면접 질문 중에 '왜 저번 면접에 본인이 떨어진 것 같냐' 는 질문 되게 어렵게 느껴지죠? 지난 떨어졌던 면접 생각하면 많이 자책하게 되죠?
근데, 그건 그냥 내 기회가 아니었을 뿐이에요. 내가 어떻게 답변했어도 그 때가 내 시기,내 기회였다면 어떻게든 합격했을 거에요.
스스로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모든 결과를 100프로 내 실력, 준비 과정의 탓으로 돌렸던 내게는 새로움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온 말이었다. 지난 날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강사님의 말씀처럼 나의 상태,실력이 결과와 꼭 일치하지 않는 때들이 나에게도 있었다.
전날 급체를 한 상태로 치룬 음대 입시에서 1차 합격을 경험했다.
처음으로 헤어, 메이크업을 혼자 준비해서 본 승무원 면접에서 처음으로 최종 면접까지 진출했었다.
현재 일하는 항공사에서 채용 공고가 떴을 당시, 면접 준비를 1년 이상 쉬고 다시 준비한 지 2달 만이었다.
물론, 다음에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이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고 보완하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젠 예전에 비해 결과에 대한 내 탓을 훨씬 덜 한다.
과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결과가 100 % 과정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 실력, 준비 과정 외에도 운, 시기,수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결과를 만드는 것 같다.
그러니 기분 좋은 결과에 우쭐해 할 필요도 없고, 아쉬운 결과에 크게 기죽을 필요도 없다.
한 때 유행했던 말처럼,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