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아테네)
아테네에서 돌아오는 비행에서 사무장님이 한 승객에 대해 조심하라고 했다. 비행 내내 화가 나 있어 혹여 나중에 회사에 컴플레인을 거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깜짝 놀랐다.
내가 응대할 때는 딱히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고, 드시고 싶은 음식, 술 부족한 것 없이 다 드렸기에.(4시간 비행 동안 술을 다양한 종류로 한 4-5잔은 드린 듯) 도대체 뭐 때문에 해당 승객분이 그렇게까지 화가 나 있는 건지 사무장님께 여쭤봤다.
그랬더니 하는 말,
'이번 비행의 비행기 기종이 큰 비행기가 아닌 통로 하나 짜리 작은 비행기라는 것에 대해 탑승 초반부터 내내 불평을 엄청 하고 있어. '
가끔 보딩 중 승객들이 승무원에게 기대하던 기종이 아니라서 아쉽다고 한 마디 하는 경우는 봤다. 그런데 4시간의 짧은 편인 비행시간 내내, 기종이 작다고 승무원에게 불만을 쏟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승무원들도 같은 항공사의 비행기더라도 기종에 따라 근무 난이도가 천차 만별이기에 선호하지 않는 기종에서 일하게 되면 힘들단 말입니다...)
반대의 경험도 있다.
어느 날, 회사의 직원 전용 사이트에 알림이 떴다. customer feedback 부서로부터 온 알림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두 가지다. 승객 컴플레인 혹은 승객 칭찬 레터.
보통 컴플레인인 경우가 훨씬 많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라는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회사에서 온 이메일을 열어봤다. 다행히도 칭찬 레터였다.
그런데 이메일에 승객이 적어주신 내용을 보니, 내가 평소보다 특별히 더 열심히 일했던 비행은 아니었다. 심지어 '매 비행이 이렇게 여유로우면 좋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우 여유롭게 일했던 날이다. 그날의 승객분은 내게 칭찬 레터를 써주셨다.
승무원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인간관계에서 갈등이나 오해를 경험하면 지난날의 나를 되돌아봤다.
'내가 뭘 잘못했지? 나의 어떤 행동, 말이 그 사람을 언짢게 했지?'
그러다 가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저히 나의 잘못이 뭔지 모르겠는 경우에는 정말 답답했다.
중동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면서는 때론 별것 아닌 것에 컴플레인을 받는 경우도, 딱히 노력하지 않았는데 칭찬을 받는 경우도 경험한다. 그런 경험들이 어느새 5년이 넘어가니 이런 깨달음이 든다.
어떤 인간관계에서건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구나.
아무리 내 행동과 말에 신경을 써도 누군가 내게 마음을 열고 용서하는 것을 내가 통제할 수 없음을,
100의 마음을 쏟아도 10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고 10의 마음을 쏟아도 100의 마음이 돌아올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처음에 감정 노동 1위로 손꼽히는 승무원 일을 시작하게 될 때 '승객에게 컴플레인 받으면 어떻게 하지?' 라는 두려움이 컸다.
이젠 승무원 일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점점 여유로워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