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마드리드 레티로 공원)
저번 2025년 11월 한달은 2025년 중 가장 긴장되는 한 달이었다.
11월의 첫 2주동안 회사의 중요한 인물들과 4번의 비행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현재 근무하는 항공사에서는 승무원들은 매 3개월마다 평가비행을 치르게 된다.
평가 비행은 4권에 달하는 메뉴얼 내용들을 잘 지켜 일하는지, 거의 매주 업데이트되는 회사 공지, 메뉴얼들을 숙지했는지 등을 평가받는다.
이 평가비행의 점수들은 승진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평가비행이 있는 날은 전날 미리 공부도 하고 비행기 안에서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
사무장/부사무장같이 관리자 직급 승무원들은 6개월에 한번씩 평가비행을 치른다.
관리자 직급 승무원들의 평가비행을 진행하는 직급의 사람이 또 따로 있다.
이 직급의 사람들과 비행이 잡히면 나와같은 비즈니스,이코노미 승무원들도 긴장된다.
사무장/부사무장들에 대한 평가 요소 중 하나는 리더십이 있다. 내가 뭘 메뉴얼에 어긋나게 하면 사무장/부사무장에 대한 평가로도 이어진다. 그래서 사무장/부사무장들은 평소에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의 대장이지만, 본인들의 평가비행때는 평소보다 더 예민해지고 긴장모드이다.
수퍼바이저 직급 승무원들을 평가하는 인물들은 내게 승무원으로서 VIP승객보다 더 긴장되는 존재이다.
보통 한 달에 6번정도 비행을 하는데, 이 중 4번이 사무장/부사무장의 평가비행으로 잡혀있으니 월초에 스케줄을 보면 숨이 턱턱 막혔다. 또 4번중 1번은 회사에서 깐깐하고 리포트 잘하기로 악명 높은 인물이 수퍼바이저를 평가하는 비행이었는데, 그땐 정말 오고가는 비행기 안 12시간 내내 긴장모드였다.
그런데 11월에 만난 4명의 사무장/부사무장님들은 평가 비행의 스트레스 속에서 부하직급 승무원들에게 정말 친절하셨다.
"이건 내 평가비행이지 너네들에 대한 평가가 아니야. 메뉴얼 잘 지키면서 일하되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평소처럼 차분히 일해. "
스트레스 안 받는 법, 스트레스 해소법 이런것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는다.
취업 면접에서는 '스트레스 해소 어떻게 하냐',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냐' 와 같은 질문들을 물어보기도 한다.
한 달의 절반 이상을 누군가의 감시를 받으며 일하는 환경에서 일하며 느낀건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스트레스를 받아도 남에게 옮기지 않는 것' 이었다.
평가 받으면서 동시에 부하직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밝은 표정으로 + 긴장 분위기를 낮추려는 상사들의 모습은 배우고 싶었다.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아예 안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겪는 긴장,부담을 핑계로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그건 노력해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