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대학생멘토링
학교의 교육력을 생각합니다. 학교교육의 성과를 높이는 역량을 교육력이라 정의한다면, 교육력을 향상하는 메커니즘은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학교교육을 학생을 대상으로 여러 콘텐츠가 투입되는 행위로 바라본다면, 교육력 향상은 학생의 흡수성과 투입되는 콘텐츠의 효과성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는지요? 학생의 흡수성은 학교교육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향상하는 것이니, 이는 결국 끊임없는 잔소리와 돌봄이 아닌가 합니다.
콘텐츠 투입 측면에서는 선생님들이 좀더 열의를 가지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인데, 논리의 당위성만으로는 현실에서 힘을 얻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현재 본인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개개인의 역량 향상과 각성이 교육력에 새로운 추진력을 가져오는 것은 맞지만, 이는 단기간에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겠지요. 이런 측면에서 학교장은 외부의 도움으로 교육력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바로 ′대학생멘토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실시되는 대학생멘토링 중 많이 알려진 것은 동행과 서울대교육봉사 제도입니다. 서울시가 주관하는 동행(′동생 행복 도우미′의 줄임말)은 교육봉사 대학생이 학교에 와서, 30시간의 대학생 과외를 실시하는 제도입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주관하는 서울대교육봉사는 교직과정 이수 학생에게 2학기 각각 30시간씩의 교육봉사가 필수로 지정되어 운영되는 제도입니다. 두 제도를 동시에 운영하다 보면, 학생들이 서울대교육봉사를 선호하여 대학생과 학생 매칭 시 약간의 곤혹스러움을 느끼곤 했습니다(우리나라에는 여러 방면에서 서울대병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른쪽 표는 어느 해 실시한 대학생멘토링 현황입니다. 무지하게 많이 했지요!
동행에는 개인적 추억도 있습니다. 제가 교육청 학교정책과에 근무할 때, 서울시와 동행 제도에 대한 협의가 많이 있어, 동행 운영의 교육적 측면에서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대학생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후배들에게 학습 관련 도움을 준다는 것은, 멋진 일인 동시에 사회적 가치도 대단한 것이지요. 동행을 신청하는 본교 학생들에게는 그런 점을 얘기하고,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 동행 봉사를 하여 고마움을 갚도록 권하곤 했습니다. 다른 이야기인데, 저는 교육청에 있으며 학교정책과 교육과정정책과 교원정책과와 같이 정책이란 이름이 붙은 부서에서 주로 근무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제가 교육분야의 정책통일 것 같지 않나요? 글쎄요...실제는 그냥 루틴한 일만 했습니다. 그나마 동행 관련 업무가 제 생각과 가치를 나름 반영시킨 업무였습니다.
서울대교육봉사 제도 자체를 모르는 학교가 많습니다. 저도 다른 학교 교장에게 학교운영에 대해 배우러 갔다가 이 제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대에서는 기존 참여 학교에만 공문을 보낸다고 하더군요. 서울대에 전화하여 본교를 공문 수신처에 넣어달라 부탁했습니다. 에피소드 하나 소개하지요. 서울대교육봉사 첫 실시 후 서울대를 방문하여 담당 교수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교수님이 놀라더군요. 자신이 몇 년째 교육봉사 업무를 맡고 있는데, 늘 이런저런 불만을 제기하는 전화는 많이 오지만, 고맙다고 방문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면서요. 뭐... 감사함을 (경제적으로) 표현하며 살자는 것이 제 삶의 모토이기도 하고, 방문 인사를 하면 대학생을 더 보내주지 않을까 하는 얕은 꿍꿍이도 있었습니다!
대학생멘토링에서 제 역할은 무엇이냐고요? 제가 기획과 행정 처리 및 평가를 합니다. 거의 다 한다는 얘기죠! 기관에 요청 공문도 보내고, 본교 신청자를 모집하여 멘토-멘티 매칭도 하고, 멘티 사전교육과 멘토 오리엔테이션도 하고, 활동 내용도 작성하여 생기부에 반영토록 합니다. 그럼 담당자는 뭘 하냐고요? 멘토링 장소를 지정하고, 멘토링 활동도 관찰하고, 간식도 준비합니다. 그런데 이런 활동이 모두 퇴근 후 실시되어야 하니, 대학생멘토링을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학교에서 대학생멘토링이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다행스럽게 제가 근무한 두 학교 모두 이런 어려운 일을 맡아주는 선생님이 계셔서 대학생멘토링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그 헌신에 감사하지요. 아래는 어느 해 서울대교육봉사 참여학생의 생기부 기재내용입니다.
학교장을 돕는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려면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도움이라는 의미는 교과와 담당업무 외에도 학교장이 추진하고 싶어 하는 사업을 실무적으로 도와준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학교나 법적‧행정적으로 부과된 업무는 추진하기에, 그 이상의 업무는 선생님들께 의무로 부과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냥 학교장 지시로 업무를 맡기면 안 되냐고요? 그런 세상에서 학교장 노릇 한번 해봤으면 여한이 없을 듯합니다! 요즘은 일반 사기업에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감을 할 때부터 그런 도움을 요청할 선생님을 물색해 보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젊고 저와 이런저런 인연이 닿는 분들께 도움을 청하게 되더군요. 대부분 냉정하게 거절합니다. 이렇게 몇 번 거절을 당해보면 무슨 부탁을 하기 두려워집니다.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 보니, 50대쯤 되어 자녀도 다 키우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선생님들을 설득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와 세대 차이도 크지 않으니, 학생들을 생각하여 이러저러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싶은데, 이런 부분까지만 도와주시면 추진할 수 있겠다고 얘기하지요. 하루 정도 고민을 하다 돕겠다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일단 돕겠다고 약속하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일을 퍼주지요. 제가 못된 인간이지요!
학교장으로 근무한 두 학교 모두 그런 분들이 여러 명 있어 맘껏 제가 하고 싶은 사업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크게 도와주는 분들이 네 분 정도 있어 마음속으로 학교 발전의 4대 공신이라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그분들이 전근을 갈 때는 축하란도 보내는 등 감사 표현을 했습니다(저는 필요할 때만 사람을 이용하고 나 몰라라 하는 인간관계에 토가 나오는 사람입니다.). 저의 감사 표시에, 본인도 저와 함께 일하며 보람을 느꼈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사명감과 인품이 더 훌륭한 선생님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학교장을 하다 보면 나를 도와주고 지지해 주는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이런 분들을 흔히 측근이라 하며 부정적 의미로 바라보지요. 업무적 도움뿐만이 아니라, 학교 운영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는 학교장 입장을 지지해 주고, 정서적으로 힘들 때는 술 한잔 하며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을 함께 욕해주는(요런 과정이 친밀감을 쌓는 핵심 과정이지요!)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문제는 그런 분들이 학교장에게 왜 도움과 지지를 하느냐의 문제이겠지요.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학교장의 인간적 매력에 빠져 조건 없이 지지하고 돕는 것이거나, 아니면 무언가 대가를 기대하며 돕고 지지하는 것이겠지요. 전자의 판단을 한다면 미친 교장이고, 후자의 판단을 한다면 대가를 준비해야겠지요. 그냥 쌩까면 안 되냐고요? 상대방은 바보멍청이인가요? 그리고 비인간적이잖아요!
저는 학교장이 선생님의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지극히 공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함이어야 하고, 도움의 범위와 내용에 한계와 절제가 있어야 하며, 공정한 보답이 있어야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공적 협조에 대한 보답으로 사적인 감사를 하는 인간성도 필요하고요. 이런 여러 까다로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학교장을 도우려는 분들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며 감사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