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에서 벗어나기
나는 외부 환경의 자극을 많이 받는 스타일인데 내가 힘들든 말든 외부 환경의 자극을 받고 싶어 했다. 나는 내 인생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야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친구가 “넌 자극을 좇는 불나방 같아”라는 말을 했을까.
나는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행동하며 움직일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예를 들면 현재 사는 이유와 목적을 항상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
미국으로 오기 전, 한국에서는 자격증 따기, 국가고시 합격하기, 해외여행 가기 위해 돈 벌기 등 항상 결과가 보이는 목표를 정해두고 그 목표를 완수하면 다음 목표를 세우면서 인생의 퀘스트를 깨는 것처럼 살아왔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어학원만 1년 넘게 다니는 동안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목표를 만들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저 ‘영어 배우기’가 목표였다. 그런데 영어 배우기란 명확한 결과가 없고, 끝이 없는 목표였다. 그래서 목표를 세우는 데에 감이 더 이상 잡히지 않아서 이럴 바엔 일상을 느끼면서 이 기회에 나를 제대로 알아가고, 영어를 배운다는 목표를 간직한 채 나에게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어떤 상황에 대한 나의 행동과 감정을 정리하기도 해 봤으며, 나의 취향과 가치관 등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나는 인생 노잼 시기가 오면 나를 힘들게 하든, 기쁘게 하든 외부 사람에게서 인생의 재미를 찾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심한 인생에 도파민을 찾아 헤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기분은 외부가 아닌 내 스스로가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무 일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인생 노잼 시기가 와도 외부에서 또 도파민을 끌어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요즘 나에게 일어나던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잔잔해지면서 요즘 개인적으로 크게 스트레스받는 일도 없고 별다른 이벤트도 없고 말 그대로 인생 노잼 시기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시기가 노잼이 아니라 다시 나를 찾을 수 있는 평화로운 시기라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사람 인생은 항상 스펙터클하거나 항상 잔잔할 수 없으니, 이렇게 잔잔한 인생이라도 언젠간 또 일이 터질 것이기 때문에 이 잔잔함을 깊게 즐기고 싶어졌다. 그래서 요즘 유튜브나 인스타에 시간을 많이 낭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책 읽기, 미뤄둔 옷정리, 음식 차려먹기, 스트레칭 등 나를 이롭게 해주는 것들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제는 이렇게 인생의 잔잔한 시기가 오면 인생 노잼 시기라고 생각하며 자극적인 것을 찾는 것이 아닌, 이 평화로움을 즐기며 나를 이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