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교회를 개혁하고 변화시킬 놀라운 주제와 실천을 발견했으며,
폐쇄적이고 부패한 한국교회를 바꿀 놀라운 힘을 가진 ‘혁신의 프로세스’를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우리가 할 일은 이 놀라운 프로세스를 모든 한국교회가 받아들여 교회를 개혁하고 변화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혁신의 프로세스를 발견한 것이 알려지자. 방송사와 언론사에서 취재도 하고, 이를 통해 개혁과 변화를 일으킨 몇 교회가 소개되기도 한다. 그들은 높은 만족도를 말하며, 다른 교회도 자신들과 같이 바꾸라고 요청한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개혁과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고자 하는 교회와 사람들이 앞다투어 나타난다. 새로운 교회가 등장하고, 다양한 경험은 초기 혁신의 프로세스를 개선하기도 한다.
고무적인 사건의 연속이다.
그러나 변혁의 프로세스는 일정 기간 불안전한 교회 상황을 버텨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애초에 교회의 관성을 거스르는 것이 쉽지는 않으니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성도들에게 변혁의 프로세스는 위험해 보였고, 성도들은 이를 무관심으로 대했다. 지금도 적당히 잘 지내는 상황을 굳이 어지럽게 할 마음이 없었다.
또한 혁신의 프로세스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지위와 이익에 손해 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들은 교회가 개혁되거나 바뀌기를 원하지 않았다. 기존의 법칙이 바뀌는 것은 곧 나의 지위와 이익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격렬하게 개혁과 변화에 저항했고, 전통을 무시하는 반성경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기에 급급했다.
시간이 지나자
혁신의 프로세스는 점차 동력을 잃어갔다. 성도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자, 초기 시작했던 몇 교회 이후 새로운 교회에까지 확산하기 어려웠고, 혁신의 프로세스를 옹호하던 사람들의 투지도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화했다. 사용하는 언어, 소비하는 문화가 다른 세대가 등장했고, 혁신의 프로세스는 혁신으로 불리기 어려울 만큼 낡은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위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1991,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는 ‘Crossing the Chasm’ 이라는 책에서 제품이든 혁신적인 기술이든 수명주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책에서 Innovators, Early Adopters, Early Majority, Late Majority, Laggards 이렇게 다섯 가지 그룹을 나누고 이에 대한 통찰을 알려준다.
무어의 설명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 것은 Early Adopters에서 Early Majority로 성장하는 과정에 깊은 계곡, 즉 케즘(Chasm)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출처 : https://www.business-to-you.com/crossing-the-chasm-technology-adoption-life-cycle/#main
사회는 혁신의 확산을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케즘을 인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혁신의 지속성을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관점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혁신은 침체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교회개혁의 의제와 그 실천이 케즘에 빠져 길을 잃은 것은 아닐까. 초기 버전의 교회개혁 담론이 시대와 세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2007년 이후 역동적인 변화, 즉 교회에 대한 정보의 다양화와 변화하는 신앙과 교회의 패턴에 세밀히 대응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는 과정에서 교회개혁의 담론과 실천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우리의 언어도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또한 세대와 세대를 잇는 오늘의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에 이르는 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도 교회개혁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아닐까. 세대 간의 허리가 단절 된 것은 교회개혁의 혁신적 담론이 현재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의 세대에게는 깊이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언어, 문화, 아니면 그들의 미래를 고려하지 못한 선배들의 독식이든 말이다. 다양한 이유로 교회개혁은 침체기를 걷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 케즘을 지나 교회개혁의 의제가 한국교회 전반에 미칠 수 있도록 하거나 또 다른 혁신의 교회개혁 실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협곡에 빠진 듯한 교회개혁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신속하고 단호한 결정이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우리는 케즘을 건너 많은 교회에 교회개혁이 이식되고,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목적인지 아니면 다시 새로운 혁신의 이야기를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
즉, 과거 교회개혁의 의제와 실천의 확산을 위해 노력 할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요청되는 교회개혁 주제를 끌어 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 둘은 유사하면서도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어야 할지 고민보다는 단호하고 시급한 선택을 통해 개혁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루어야 한다.
즉 불연속적인 교회 변화와 혁신, 교회개혁의 실천을 쏟아내는 것도 교회개혁을 위한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과거로부터 교회개혁의 유산을 물려받아 이를 계승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새로운 개혁가의 등장과 교회개혁 의제를 발굴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개혁 실효성의 ‘종료’와 새로운 개혁의 ‘생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한 교회개혁 전략가들의 연대와 대화가 시급해 보인다.
케즘을 건너는 것도, 새로워지는 것도 그것이 교회의 부패한 습성을 바꾸는 것이라면 필요한 조치 중 하나일 수 있다. 케즘을 건너 주류가 되는 교회개혁이 어디 있느냐며 빈정거릴 것도 아니고, 새로운 교회개혁의 의제가 너무 날 것이라고 폄하해서도 안 된다.
의외로 교회개혁가들이 단일한 의제에 집중하여 연대가 어려운 역학이 있다는 점이다.
교회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차이가 서로를 밀접하게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교회개혁의 총체성을 이해하면서 서로 다른 성격의 개혁의제에 대하여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십 년간 한국사회 속에서 ‘교회개혁’과 ‘교회민주화’ 나아가 ‘하나님나라의 실현’이라는 주제로 이어온 역사가‘모두’ 케즘에 빠져 몰락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오늘’이라는 환경 가운데 교회개혁이 가진 역동과 담론이 쇠락해 보이는 것이 나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다.
불씨처럼 남겨진 교회개혁에 대한 열망이 어떻게든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이며,
이로써 새로운 교회개혁의 강 줄기가 열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교회개혁 진영의 연대와 대화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이번 글을 마친다.
1.
https://www.business-to-you.com/crossing-the-chasm-technology-adoption-life-cycle/#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