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돈을 버는 기업
우리가 기업 사장이라고 가정해 보자.
두 가지 사업 상품이 제시되었다.
호불호 갈리고 수익이 크지 않은 사업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우리는 당연히 후자를 택할 것이다.
그럼, 이 두 선택지에 조그마한 변화를 주자
창작력이 있고 호불호 갈리고 수익이 크지 않은 사업
창작력이 없고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이 둘 중 선택을 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를 것인가?
'기업은 돈을 버는 곳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를 생산하여 공급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추구한다.
이리 간단하게 생각하면 선지에 변화가 생겼음에도 후자를 선택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오늘의 게임은 이 선택지와 양립할 수 없는 작품이다.
호불호 갈리지만 가치를 안다면 포기할 수 없는 창작물,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이다.
코지마 히데오가 누군데?
코나미(KONAMI)의 대표작 하면 나오는 한 작품이 있다.
<메탈기어> 시리즈
시리즈의 마지막 넘버링 작품 <메탈기어 솔리드 5>
https://www.konami.com/mg/jp/ja/
코지마 히데오는 이 시리즈의 메인 디렉터였다. 영화광이었던 그는 당시 볼 수 없던 영화 같은 연출과 스토리를 필두로 새로운 비디오 게임의 시대를 열었다.
메탈기어 시리즈의 전투가 아닌 잠입이 주가 되는 독특한 콘셉트는 많은 마니아층을 양산했고 이내 잠입액션은 한 장르로 인정받았다.
잠임액션 게임에 자주 나오는 경계도 표시도 여기서 처음 등장하였다. (사진: 어쌔신 크리드)
그의 작품들은 독창적이고 도전적이었다. 비록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은 있었지만 미래지향적이며 고품질로 만든 게임들은 지금 보아도 세련됐고 흥미를 돋워 준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은 코나미에선 높게 평가받지 못하였다.
코나미와 코지마
과거, 20세기의 코나미는 게임왕국 그 자체였다. 참신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런 좋은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고 능력 있는 개발자들이 모여들었다.
게임 중심 회사로 발전해 충분히 경쟁력이 생겼을 무렵, 코나미는 만족하지 않았다.
게임 산업만으로는 돈을 많이 벌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코나미는 다른 분야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파칭코, 음반, 헬스 등등..) 게임에 신경을 쓰는 건 자연히 줄어들었다. 그 사이 경쟁사인 닌텐도, 소니는 게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결국 코나미는 자연스럽게 이인자도 못 되는 신세로 추락하였다.
코나미는 살길을 찾았고 그건 콘솔 게임에 대한 투자가 아니었다. 모바일 게임과 게임 외 산업이었다. 이 사업 상품들은 투자대비 수익도 컸고 인기도 있었다. 게임은 이 사업들을 위한 수단으로 전략하였다.
<메탈기어 솔리드 3> 라이선스로 제작한 슬롯머신
https://metalgear.fandom.com/wiki/Metal_Gear_Solid:_Snake_Eater_(pachislot)
위닝의 후속작인 <efootball>도 모바일 위주로 변경되었다
https://www.konami.com/efootball/ko/
이 악순환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당연히 코지마 히데오는 회사 내 현 상황이 게임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임을 코나미에게 피력했다.
그러나 코나미의 눈에 그가 들어왔을까. 이미 간단하게 돈 버는 방법을 알게 된 기업에 눈에 노력하는 천재는 오히려 바보처럼 보일 뿐이었다.
결국 2015년 10월 9일, 코지마 히데오는 쫓겨나듯이 코나미에서 퇴사하였다. <메탈기어>라는 시리즈를 빼앗기듯이 놔두고 말이다.
그를 알아보는 곳
퇴사하고 바로 다음날, 코지마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작사를 차린다.
코지마 프로덕션
https://www.kojimaproductions.jp/
그리고 바로 그를 알아보는 기업체에서 협력 제안이 들어왔다. 코지마는 소니를 선택한다. 그리고 <데스 스트렌딩>이 2016년 E3 행사장에서 공개된다.
사실 이 게임은 코나미에 있을 적에 구상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코나미는 기존에 잘 나가는 메탈기어 시리즈의 후속작을 강요했고 그 탓에 빛을 보지 못한 타이틀이었다.
소니에서의 상황은 달랐다. 계속하여 배달하며 이동하는 것이 주가 되는 특이한 게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소니 산하의 게릴라 게임즈에서는 본인들이 제작한 데시마 엔진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게임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 코지마는 드디어 본인에게 맞는 집을 찾은 것이다.
이후의 상황
<데스 스트렌딩>은 대성공!
이번에도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명실상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의 대표 타이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후 후속작인 <데스 스트렌딩 2>도 플레이스테이션 기간 독점으로 발매되며 소니는 든든한 IP를 하나 얻게 되었다.
후속작 <데스 스트렌딩 2>
https://www.kojimaproductions.jp/en/death-stranding-2
한편 코나미의 상황은 점점 안 좋아져 갔다. 기존은 인기 있던 시리즈의 제작자들은 회사를 떠났고 팬들도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IP의 힘을 기반으로 인기 있던 모바일 게임의 수익은 줄어들었고 하나하나 운영을 중지하였다.
코나미는 뒤늦게 필사적으로 자사의 IP를 살리려는 듯 과거의 영광을 필두로 리메이크와 리마스터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만.. 이미 기존의 팬들은 마음이 떠나갔고 새로운 팬층에게 어필해야 하는 추세다.
다시 한번 선택한다면
'기업은 돈을 버는 곳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아무리 좋은 품질의 상품도 돈을 벌 수 없다면 만들 수 없다. 빛 좋은 개살구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의 상황만 생각해도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기업은 단순히 바로 앞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미래를 이끌 선구안으로 가치를 만들어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계속해서 먹고살 수 있는 선택지인가를 분별해야 한다.
창작력이 없는 사업은 그 빛이 쉽게 바랜다. 그러나 창작력을 품은 사업은 지금은 희미할지언정 결국에는 창대하다.
<데스 스트랜딩>은 그 빛이 지워질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가치를 아는 자들에게서 끝끝내 빛을 피워냈다.
게임 제작자, 코지마 히데오
https://www.kojimaproductions.jp/en/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