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새꽃이 피었을까? 궁금해서 이방산으로 갔다. 산을 오르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밭에 마주 앉아 있다. 밭에서 방금 캔듯한 작물이 가운데 쌓여 있다. 이제 막 싹을 틔우는 듯한 초록의 잎이 보였다. 전지가위로 덥수룩한 뿌리를 잘라 내고 있다. 그냥 지나치려던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 옆에 주저앉았다.
아주머니! 그게 뭐여요? 정구지여! 전
정구지를 왜 캐신거예요? 옮겨 심으려구. 전구지를 옮겨 심어요? 이잉, 정구지는 한 번씩 옮겨 심어야 해. 왜요? 그래야 싹이 굵게 나와 안 그럼 비실하게 올라와. 몇 년에 한 번씩 옮겨 심어요? 한 3년마다 옮겨 심지. 그런 거예요? 그럼 저도 옮겨 심어야겠네요. 그란디 윤달이 끼인 해에는 옮기는 거 아녀. 아! 그래요? 지난해 옮겼어야 하는데 윤달이 껴서 시방 옮기는 거여!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저 사진 한 장만 찍을게요. 사진은 뭣하러! 이런 좋은 정보는 소문을 내야 하거든요. 얼굴은 안 나오게 찍을게요. 샥시는 어디서 왔어? 전 청학동 가는 길에 있는 예치마을에서 왔어요. 아따! 멀리서 왔네. 그 먼 데서 여긴 뭣하러? 이방산에 얼음새꽃이랑 얼레지꽃이 피었나 궁금해서 보러 왔어요. 이잉! 그랬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