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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치골에 산다
19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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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거인
Jun 29. 2024
봄에 일찍 먹는 다대기오이는 모종을 사서 심었다. 모종으로 사서 심은 오이는 주렁주렁 달려서 지금 맛있게 먹고 있다.
늦게 먹을 노각오이는 지난해 심었던 오이에서 씨앗을 분리해 두었다 심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꽃만 흐드리지게 피고 오이는 달리지 않는다.
아침을 먹으려는데 찬거리가 마땅치 않아 찬거리를 찾으러 밭으로 갔다. 풋고추 몇 개 따고 오이를 따려고 넝쿨 앞에 쪼그리고 앉아 살펴보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마당에서는 남편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런 남편을 보자 나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여보! 하고 부르니 어슬렁어슬렁 내 곁으로 다가왔다.
"여보! 오이넝쿨에 꽃은 가득한데 오이는 왜
안 달리지? "
"꽃이 피었으니까 벌이 와서 수정시켜 주겠지."
"아냐! 아마도 야들이 수컷들이 없어서
그런가 봐, 당신이 어찌 해결 쫌 해 봐라."
내 말을 들은 남편의 얼굴 표정이 굳어지더니 대포알 같은 말을 내게 던진다.
"배고프다. 밥 먹자!"
나의 엉뚱한 상상력이 우스운 건지. 우리 부부의 대화가 우스운 건지.
오이넝쿨 옆에 있는 박꽃이 박장대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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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오르며 숲 길 걷기를 좋아하는 작은거인입니다. 사는 이야기를 일기처럼 기록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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