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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un 21. 2024

남편의 행복


 아침저녁은 쌀쌀하지만  낮에는 한 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다. 아직 7월도 안되었는데 폭염 주의보 재난 문자가 오고 장마도 이례적으로 빨리 시작된단다.
 밖에서 일을 하는 남편은 날씨가 추워도 걱정이고 더워도 걱정이다. 요즘 남편은 '오늘도 끔찍하게 덥다.'라는 말을 입버릇 처럼 하고 있다.
나는 지쳐서 들어온 남편이 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을까 걱정이다.
 매일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저녁을 차린다.
 이번엔 감자를 듬뿍 넣고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저녁을 먹을 때마다 맥주 한 캔을 반주로 마시는 남편을 위해 컵을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하루 종일 흘린 땀을 씻어낸 남편이 식탁에 앉았다.
 나는 살짝 얼은 컵에 맥주를 따라 남편에게 건넸다. 맥주를 길게 마시는 남편의 목대울이 꿀꺽꿀꺽 음률을 타고 움직인다.
 남편은 맥주가 반쯤 찬 컵을 내려놓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야!  시원하다. 일하고 들어와 저녁에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는 게 젤 좋다. 내가 이 맛에 맥주 사려고 돈 벌러 나간다."
남편은 젓가락으로 감자를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마누라 먹여 살리려고 돈 버는 거 아니었어? 마누라 보다 맥주가 먼저야?"
 남편이 뜨거운 감자를 입에 넣고 후후 거리며 내 말을 받는다.
  "에이!  당신이 먼저지!"라는 말은 뜨거운 감자로 인해 남편의 입속에서 튀어나오지 못한다.

입 속에 열기를 식히려고 맥주를 마시는 남편 입가에 시나브로 미소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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