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거인 Jul 20. 2024

병아리의 언어를 배워야 하나?


취미라는 게 내가 좋아서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말한다. 그렇다 보니 그 일에 빠져 있을 때는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오로지 그 일에만 집중을 한다.
내 여러 가지 취미 중에는 재봉틀로 내 옷을 직접 만들어 입는  바느질도 있다.
몇 년간은 패턴공부를 하고 재단하는 방법을 배워서 옷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었다.
지난해부터  열정이 시들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재능기부 하는 바느질을 할 때 외에는 거의  작업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틀 전 재능기부 모임에 갔는데 어느 회원이 자신이 가지고 있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속이 훤히 보이는 레이스 원단을 주었다.
나는 그 원단에 흰색 원단을 겹쳐서 스커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아침부터 작업실에 들어가 이리저리 구상을 하며 치마를 만들었다.
 
 한나절만에 만들어 입고 거울 앞에 섰다. 레이스 원단의 특성상 차르르 떨어지지 않아 가뜩이나 굵은 허리가 더 굵어 보였다.
 상상했던 모습이 나오지 않자 잠깐 오신 재봉신이 다시 떠나려고 했다.
 뜯어서 다시 만들려고 해도 레이스 원단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대로 쓰레기봉투에 던져 버릴까? 생각하다가 상의를 짧게 해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다시 작업실에 들어가 적당한 원단을 찾기 시작했다. 내 손에 든 원단은 손주옷을 만들어 주겠다며 구입한 원단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자식 놈은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그놈의 손주가 언제 내게 오겠 냐며 재단 가위를 잡았다.

 패턴도 없이 내 맘대로 만들어 스커트와 함께 입어 보니 뚱뚱해 보이던 허리 부분이 조금은 보완이 되었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병아리를 데리고 마당으로 나갔다. 품고 있던 어미에게 버러져 부화기에서 혼자 태어나 처음 본 나를 어미로 알고 있다. 나는 병아리에게 삐삐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삐삐야! 하고 부르면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처럼 머리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나를 찾는다
  나는 삐삐를 마당에 내려놓으며
   "삐삐야! 오늘 이 옷 만들어 입었는데 어때?"라고 물었다. 삐삐는 나를  바라보며 삐약삐약 조잘거린다. 그런데 이쁘다는 건지. 잘 어울린다는 건지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아리와 대화를 하려면 새로운 취미로 병아리의 언어를 공부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병아리에게 사람의 언어를 가르쳐야 하는 건가?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