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욕심이 많았다. 평수가 많은 너른 땅에 대한 욕심이 아니니 흙에 욕심이 많다는 게 맞겠다.
조금만 빈 공간이 보이면 초록이 이쁘다며 무언가 심기 바빴다.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 살면서 그 또한 부질없는 욕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 집 마당에 주차를 하려면 비탈진 길을 올라와 직각으로 꺾인 비탈진 길을 또 올라와야 주차를 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그 길이 익숙해서 큰 불편함이 없지만처음 오는 지인들은 주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더군다나 주차공간이 협소해 3대 이상의 차는 주차할 곳이 없어 비탈진 길에 주차를 하곤 했다. 우리는 남편의 일이 없는 겨울에 다시 주차장을 만들기로 했다. 5년 전 토목공사를 다시 하면서 마당과 텃밭에 위치를 바꿨다. 남편이 주차장으로 만들자는 곳에 나는 산에서 꽃나무를 캐다 심고 봄이면 장에 나가 묘목을 사서 심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빈 공간에는 빈틈없이 꽃을 심었다. 해가 거듭되면서 나무는 몸집을 키워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가지는 서로 부대끼며 생채기를 냈다. 번식력 좋은 꽃은 땅을 덮었다. 나는 가지치기를 하고 풀과의 전쟁을 했지만 점점 지쳐갔다. 결국 남편의 의견대로 그곳에 주차장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일요일에 우리는 그 작업을 시작했다. 멧돼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나무 울타리를 부셨다. 꼭 살려야 하는 나무는 옮겨 심고 나머지는 잘라서 땔감으로 사용하려고 모아 두었다. 어린 묘목을 심는 것은 내 몫이었는데 몸집을 키운 나무를 캐내는 것은 남편 몫이 되었다. 뿌리를 뽑느라 연신 곡괭이질을 하는 남편의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얼굴은 땀범벅이 되었다. 나의 욕심이 의도치 않게 남편을 힘들게 만들어 버린 꼴이 되었다.
주차장 옆에는 집으로 드나들 수 있게 샛길을 만들고 경계에 차나무를 심었다.
뿌리가 내려 자리를 잡으면 4계절 내내 예쁜 초록의 울타리가 되어주겠지.
봄이면 톡톡 터트리는 연두의 싹을 따서 차를 만들 생각이다.
꽃나무를 포기하며 욕심을 비운 그 공간에 어느새 차를 만들고 싶다는 다른 욕심이 들어섰다.편리함과 타협하며 비우자고 버린 욕심이 또 욕심을 낳았다.
남편은 무거운 돌을 옮기고 나는 돌의 자리를 찾아 주차장과 샛길사이에 차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경계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