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두 마리의 개가 있다.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고 싶었으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웃 굿당에 가서 차려 놓은 제상을 망가뜨린 후 묶이는 신세가 되었다. 개집은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패널집을 지어 주었다. 4년 넘게 한 곳에서 키웠더니 털갈이하며 빠진 털과 매일 싸 대는 오줌이 쌓여서 찌든 내가 진동했다. 특히 장마철이 되면 냄새가 아주 고약했다.
이사를 시키기는 해야 하는데 마당은 넓으나 풍요 속에 빈곤이라고 적당한 장소가 없었다. 텃밭 구석진 곳에 미나리를 키우는 연못이 있다. 이번에 주차장을 만들며 연못을 메우고 돌을 쌓아 토목공사를 했다. 멍멍이 집을 계획으로 시멘트를 발라 마당도 만들었다.
패널집은 오래되어 녹슬고 쩌들어 분해를 했다. 다시 집을 지으려니 마땅한 자재가 없다. 자연염색 배울 때 염료를 만들던 고무통이 집 뒤에 쌓여있다. 남편은 그것을 이용해 개집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사인펜으로 문 입구를 그려 톱으로 자르고 비가 안으로 들이치지 않게 비가림 겸 그늘막이 되도록 처마도 달았다. 땅에 찬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려고 고무통 뚜껑을 깔고 통을 거꾸로 엎었다. 비가 들어가지 않도록 이음새 전체를 빙 둘러 실리콘도 꼼꼼하게 발랐다. 휀스로 울타리도 만들어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새집으로 이사시킨 후, 어리둥절하는 두 아이를 보며 이사했으니 자장면을 사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두 녀석은 내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새집을 탐색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사하고 이틀째 큰 넘은 새집이 맘에 드는지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 작은 넘은 영 맘에 들지 않는지 집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눔아! 맘에 안 들어도 할 수 없다. 이래 봬도 부실공사 없는 튼튼한 신축건물이란다. 2025년도의 트렌드는 타협은 없다!라는 것을 모르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