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눈만 뜨면 하루가 휙휙 지나간다. 새해 한낮의 햇살은 더없이 눈이 부시다. 지난 연말부터 주차장 만들기를 시작하면서 일이 끊이지 않았다. 나무를 뽑고 흙을 다지고 레미콘을 붓고 굳기를 기다렸다. 경계 부분에 레미콘이 흘러내리지 않게 설치했던 나무판자를 떼어 냈다. 주변을 청소하고 가식해 놓았던 나무를 다시 심었다.
남편은 개집을 분해해서 정리를 하고 있다. 한 곳에서 오래 키웠더니 분비물이 찌들어 청소를 해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돌담 밑에 적당한 터를 만들어 집을 다시 지어 주기로 했다. 헌 집은 허물고 새집을 구상하려고 돌담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돌담 밑에는 봄의 전령사인 얼음새꽃이 피어 있었다. 계절은 아직 겨울의 중간에 있는데 땅속의 계절은 봄을 준비하고 있나 보다. "아가야! 아직은 춥단다. 네가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전령사라고 하지만 어쩌자고 벌써 꽃을 피웠누?" 다음날 아침 혹여 밤사이에 얼음새꽃이 얼지 않았는지 걱정되었다. 돌담 밑으로 가보니 꽃은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피어 있었다.
겨울의 추위는 제 세상인양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럼에도 땅 속에서는 봄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의 나라는 영원히 평화가 오지 않을 것처럼 시끄럽다. 순리에 따라 자연이 봄을 준비하듯 세상도 기다리다 보면 곧 평화가 찾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