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려고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개인적으론 몸살로 인해 몸상태가 좋지 않았고 더는 제주 항공 추락사고로 소중한 생명이 희생당했다. 다른 이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될 수는 없지만 내 가족의 안전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집에서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내년 봄으로 미뤄 두었던 주차장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애초의 계획은 디딤돌을 깔아 사이사이를 시멘트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여건상 바닥이 경사가 있어서 평평하게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차가 몇 번 드나들면 연결 부분이 깨지고 흔들릴 것이다. 미관상 이쁘지만 계속 관리를 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결국 보기 싫어도 영구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시멘트로 마감하기로 했다.
레미콘을 한 대 불러 쏟으니 양이 많아도 너무 많다.철철철 넘쳐흐른다.
나는 서둘러 흘러내리는 레미콘을 삽을 이용해 손수레에 퍼 담았다.
세월이 흘러 여기저기 부서진 곳으로 옮겼다.
남편은 시멘트가 굳기 전에 주차장을 평평하게 마무리한다고서둘렀다.
나는 깨지고 부서지고 떨어져 나간 부분을 때우는 작업을 했다. 물을 부어 헤라에 힘을 주고 슥슥 문지르면 자갈은 안으로 숨고 시멘트만 남는다. 헤라를 이용해 반질반질하게 만들어 주면 된다.서투른 나의 손은 더디기만 했다. 반면 이런 일의 경험이 많은 남편은 일사천리로 일을 끝냈다.
오전에 시작한 일이 오후 3시경에 끝났다. 겨울이라 레미콘이 얼면 낭패다. 얼면 시멘트가 굳지 않고 가루가 계속 떨어진다. 한번 얼은 시멘트는 다시 굳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은 밤새 레미콘이 얼지 않도록 천막과 부직포로 덮었다.
그리고 새해 아침이다. 앞산에 2025 년의 태양이 떠 오른다. 지붕에 올라가 지난해의 모든 재난과 고통이 묵은해와 함께 사라지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