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에 시월을 걸은 세 여자가 오랜만에 다시 뭉쳤다.
서울로 이야기하자면 두 여자는 강남에 살고 나는 서울 변두리 어디쯤에 산다고 할 수 있다. 사는 환경이 다르고 거리는 떨어져 있지만 여자들의 마음에 결은 이어져 있다.
이어진 마음의 결이 끊어지기 전에 우리는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그녀들이 탄 검은색 suv 차가 따라 들어왔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뒷 좌석에 타니 뱃속에 휴지를 빵빵하게 집어넣은 오리가 의자 등받이에 매달려 있다. 주둥이를 뾰족 내밀고 있는 오리는 운전하는 그녀와 닮았다.
지난 안부를 물으며 수다를 떠는 동안 Suv 차는 금서면 수철리에 위치한 금수암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30분여를 달려 도착한 금수암에는 '자연바루'라는 식당이 있다.
금수암의 주지 대안스님이 직접 운영하는 '비건요리' 식당이다. 요리책도 발간하고 방송에도 자주 나오는 분이다.
차를 세우고 올라가니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항아리가 줄을 맞춰 서 있고 그 앞에 식당 건물이 보였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창가에 자리 잡은 우리는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다양하게 주문했다.
콩으로 만든 스테이크 정식과 연잎밥 그리고 토마토 파스타를 주문했다.
쉬지 않던 수다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잠깐 조용해졌다.
파스타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강원도 여행을 하던 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비빔국수를 좋아하는 나는 굵은 면발에 붉은 옷을 겹겹이 입고 있는 음식을 주문했다. 처음 먹어 본 음식의 맛이 독특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 음식이 토마토파스타라는 것은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 알았다.
토마토파스타가 수 십 년 전의 추억을 불러와 수다는 다시 이어졌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커피를 마시러 백운계곡으로 이동했다.
점심을 먹은 식당과 커피를 마시러 가는 카페는 산 하나를 넘어야 하지만 우린 마다하지 않았다.
밥을 먹으면서, 차로 이동하는 중에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세 여자의 수다는 쉬지 않았다.
어느새 카페가 있는 계곡에 산그림자가 덮었다.
헤어지기 싫은 우리는 정신없이 웃고 떠드느라 다섯 시간을 수다에게 도둑맞은 기분이라며 아쉬워했다.
검은색 Suv차는 나를 다시 내 차 앞에 내려놓고 홀연히 떠났다.
그녀들이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아 있는 내 가슴에는 따뜻하고 행복한 미소가 가득 들어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