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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by 작은거인


마당에서 돌담밑에서 얼음새꽃이 핀다. 양지바른 곳에 할미꽃이 꽃몽오리를 올린다. 햇살에서 봄냄새가 난다.
숲에 가 볼까? 나의 엉덩이가 들썩들썩 거린다. 거실창 너머 앞산을 바라본다.
햇살은 밝은데 미세먼지가 돌아다니고 있다.


미세먼지를 핑계로 숲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작업실로 들어갔다. 며칠 전에 목 부분에 리본을 묶는 블라우스를 만들었다. 만들면서 기장을 늘려서 원피스로 만들어도 이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블라우스 패턴을 패턴지에 대고 그리고 원피스패턴으로 변형하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폴라티 패턴 그리기를 공부하며 변형방법을 메모해 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머릿속 구석구석을 뒤져 기억나는 대로 허리 부분에 두 군데에 줄을 긋고 치마 부분은 3등분을 했다. 그리고 적당한 넓이로 벌렸다.

귀는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이 읽어 주는 토지를 듣는다. 눈과 손은 패턴을 그리고 재단을 하고 심지를 붙이고 발은 부지런히 재봉틀 발판을 밟는다..
배는 연신 꼬르륵 거리지만 무언가 일을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집중하는 성향이라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어깨를 잇고 소매를 단다. 허리 부분을 박고 내 몸에 맞는지 가늠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서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시계는 점심때가 훌쩍 지나 있었다.

저녁 할 시간은 가까워지는데 자꾸 만들던 옷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간에 쫓기듯 주방으로 들어가 쌀 씻어 안치고 뜨물 받아 두부찌개를 끓였다. 설거지는 뒤로 하고 다시 작업실로 들어갔다.

옆구리에 고리벨트 달고 단춧구멍 뚫고 단추를 달았다.

옷의 완성은 깔끔한 다림질이다. 정성껏 다림질해서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게 잘 어울렸다. 이대로 나가고 싶은데 원단이 얇아서 아직은 춥다.
아! 봄은 어디쯤 오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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