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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별이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길까?

by 작은거인



뒷산에 봄이 왔다. 취나물도 맛있게 자라고
조금씩 뜯어먹던 산마늘도 잎을 키웠다.
두릅과 눈개승마가 싹을 틔우니
김장하고 남은 갓은 겨울을 버티고 꽃대를 올렸다. 꽃대를 데쳐서 먹으면 쌉싸름한 맛이

도망간 입맛을 데리고 온다.

산에서 데려온 봄나물을 소금물에 데치고
목살을 구웠다.
산청에 산이 활활 탈 때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가 마당으로 떨어지고 있다.

꿀맛 같은 단비는 자꾸만 살아나는 잔불을 죽이겠지. 이제는 더 이상 집 아래 호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오지 않겠지?

산청의 산이 지리산 능선이 타는 만큼 나의 애간장도 타들어 갔다.

감사한 마음으로 목살을 굽고 봄나물에 싸서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결국 봄나물에 싸 먹는 고기는 과식을 불렀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우산을 쓰고 집 앞 비탈길을 걷고 마당에서 맨발 걷기를 했다.
점심에 과식을 한 탓에 저녁은 건너뛰기로 했다. 맨발 걷기를 하고 나니 잠이 쏟아져 한숨 자고 일어났다.
낮잠을 자서 그런지 정신이 몽롱해 마당으로 나왔다.

싸늘한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마당을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바람결에 끌려 달아나고 달과 별이 경주를 한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 남편을 불렀다.
"여보! 여보! 이리 나와 봐! 내가 재미있는 거 보여줄게!"
남편이 어슬렁거리며 마당으로 나왔다.
나는 검지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달과 별이 달리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라고 물었다.
"저게 구름이 움직이는 거지 달과 별이 움직이는 게 아니잖아!"
남편 말 한마디에 나의 상상력은 와장창 깨져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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