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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를 걷는다

by 작은거인




귀촌 후, 12년 가까이 주부로 살다가 취직을 했다. 처음 하는 일에 적응하랴 여전히 좌충우돌하지만 환갑이라는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즐겁다.
4일만 일하고 3일을 쉬며 8시에 출근해서 3시에 퇴근하니 시간적 여유가 많아 선택한 직장이다.
출근 7일 차. 여전히 서툴러 좌충우돌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는 일에 마음의 여유를 느낀다.

집에서 직장까지는 차로 40 여분이 걸리지만 오고 가는 길에 싹이 돋고 꽃이 피는 모습이 예뻐서 출, 퇴근길이 지루하지 않다.
숲의 풍경에 빠져서 느리게 느리게 퇴근하는데 전화가 왔다.


카페에서 중간참을 하고 집에 오니 지난번 잔디를 파내고 흙길을 만든 곳에 남편이 모래길을 만들어 놓았다.
요즘 매일 저녁 맨발 걷기를 하는데 흙길에 잔돌이 많아 발바닥이 아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모래였다. 바닷가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 걸 보고 생각해 낸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남편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은 모래길을 걸었다. 쌀쌀한 밤공기에 촉촉한 모래는 발을 시리게 했다. 하지만 폭신폭신한 모래에 콕콕 찍히는 발도장이 재미있다. 발바닥이 아프지 않아 신나게 즐겁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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