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출근을 시작한 지 한 달째다. 선배들에게 내 생각을 말하면 말대답이요. 고집만 세고 말도 안 듣는다는 소리가 이어진다.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는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입 다물고 머리 없는 몸만 움직인다. 그러면 또 속 좁게 삐졌다. 는 말이 따라온다.
그러다 보니 퇴근길은 늘 마음이 불편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숲으로 달려간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울고 싶으면 숲에서 울었고 좋은 일이 생겨도 숲에 가서 웃었다. 숲은 내 마음의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찾는 숲으로 들어가니 향기가 달려왔다. 두 팔을 벌리고 깊게 호흡한다. 벌름벌름 향기의 출처를 찾아 걷는다. 제일 먼저 고추나무 꽃이 덤벼든다.
코 끝을 꽃 가까이 가져간다. 상큼한 향기가 마음을 기분 좋게 해 준다.
다시 향기를 찾아 걷는데 계곡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꽃이 피었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잊지 않고 찾는 바위다.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듯한 바위에게 순둥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 순둥이 눈썹에 꽃이 핀 것이다. 너무 멀리 있어 렌즈를 당겨서 사진을 찍었다.
다시 달달한 향기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긴다. 보리수나무가 꽃을 피우니 꿀을 찾아 헤매는 벌들의 날갯짓이 요란하다.
그 옆에 층층나무도 깊은 향기를 뿜어 내느라 여념이 없다.
모든 문제는 내게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나,
나도 깊고 진한 향기를 뿜어내는 여인이고 싶은데 욕심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