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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by 작은거인



살아보니 산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을 반복하는 도전의 연속이다.
어느새 내 나이 환갑이다. 이 나이에 나는 또 새로운 경험을 하고 도전을 한다.
12년 넘게 주부로만 살던 내가 새로운 직장에 취직했다. 처음 해보는 일에 적응하랴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익숙해지랴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하지만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을 차곡차곡 씹어 삼키며 적응해 가고 있다.
4월부터 맨발 걷기에 도전했다.
치과에 다녀와 약을 먹으면 잠깐 좋아졌다 재발하곤 하던 풍치가 좋아지고 있다. 골칫거리였던 잇몸이 건강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살이 빠졌다거나 몸매가 예뻐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내 몸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전에는 산에 갈 때면 발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양말을 두 켤레씩 신었다.
맨발 걷기 3개월 차, 이번에는 등산화를 신지 않고 산에 올라보기로 했다.
새벽 여섯 시에 배낭에 등산화를 넣고 삼신봉 들머리로 향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이슬에 젖은 흙의 차가운 촉감을 느낀다.
흙을 밟고, 돌을 밟고, 자갈을 밟거나 나뭇가지를 밟을 때마다 발바닥에 작은 통증이 느껴진다. 걸음의 수가 많아지면서 화끈거리기 시작한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발바닥을 식힌다. 온몸으로 퍼지는 차가운 느낌이 산행의 피로를 풀어 준다.



그렇게 깔딱고개에 올라서니 아침의 태양이 와락와락 달려오며 반긴다.
숲 속의 새벽 공기
지나는 바람
새들의 지저귐
그 속에 서 있는 나!
좋다. 좋다. 참 좋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곳곳에 산짐승들이 파 놓은 굴이 보인다.
그마저도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오르다 뒤를 보니 삼천포 앞바다에 운해가 융단처럼 깔렸다.


삼신봉에 오를 때마다 만나는 돌탑은 늘 경이롭다.

태양이 뜨면 존재하지 않고 곧 사라질 지리산의 운해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아침 8시 삼신봉 정상에 나 혼자 서 있다. 등산화를 신고 산행할 때나 맨발로 오를 때나 시간의 차이는 거의 없다. 맨발로 산에 오르기에 도전은 나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짙게 깔린 지리산의 운해를 보며 혼잣말을 한다.
"그래, 산다는 것은 도전의 연속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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