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호수 둘레길을 걷다-
산청군 시천면 소재지에서 중산리 방향으로 11km 정도의 벚나무 길을 달리다 보면 중산리와 청학동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청학동 방향으로 터널을 지나면 왼쪽으로 산청호가 나타난다. 그 끝에 20여 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 예치마을이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이 마을은 1997년 양수발전소(산청호) 건설로 인해 수몰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이주하며 형성되었다.
이주하기 전에는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지금은 여름에는 펜션형 민박으로, 겨울에는 곶감을 만들어 소비자와 직거래로 소득을 올린다.
2025년 6월에 103m 길이의 출렁다리가 개통되어 마을과 호수를 함께 조망할 수 있다. 다리에 서면 아래로 흐르는 우렁찬 물소리가 발끝을 간지럽힌다.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마을은 아름다운 경관과 맑은 물이 한 곳에 모여 예치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름처럼 지리산 주능선에 자리한 세석습지에서 솟아난 물이 거림계곡을 따라 굽이치며 내대천을 흐른다. 햇살에 부서진 은빛 물결은 예치계곡에 모여 하늘을 품으며 아름다운 경관을 예치한다.
여름이면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려고 2만여 명의 피서객들이 찾는다.
산청호를 끼고 옛 마을 길을 걷다 보면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대나무 숲 사이로 날아와 부드럽게 속삭인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에 귀를 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호수 건너 숲을 따라 오르면 길게 누운 능선이 펼쳐진다. 그 너머에 고운동 마을에는 산청호와 연결된 상부댐이 있는데 밤에 물을 끌어올려 낮에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낙찰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 그곳은 최치원 선생이 학문을 닦았던 곳으로, 그의 호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 마을로 드는 길목은 단풍나무가 줄지어 선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자가용으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가을이 깊어질 무렵, 단풍으로 물든 길을 시나브로 걸어보자. 가을 햇살이 빠진 호수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윤슬을 느껴보자.
근교에는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을 오를 수 있는 중산리 코스와 거림마을에서 시작하는 세석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걷기를 좋아하는 여행객은 고운동 마을과 청학동을 추천한다. 돌담이 아름다운 삼성궁과 옛 방식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인촌 마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