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8구간, 마근담-운리 길-
마근담에서 계곡으로 가는 숲에는 사계를 품은 꽃나무들이 자란다. 봄이면 노란 병아리를 닮은 히어리 꽃이 피고 뒤를 이어 발레리나를 닮은 얼레지 꽃과 각시붓꽃, 노랑제비꽃. 은방울꽃,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핀다. 발아래 꽃들과 눈을 맞추며 걷다 보면 쪽동백 향기 어깨 위에 내려앉고 때죽나무 꽃향기 달려와 숲길을 채운다. 그 향기 끝에 아치형 나무다리가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백운동 계곡이다.
웅석봉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한 시간쯤 걸으면 만나는 두 줄기 폭포는 계곡의 절정을 이룬다. 바위에 길게 누운 물길은 마치 혈관처럼 여러 갈래로 퍼져있고 그 길을 따라 물이 춤추듯 흐른다.
햇살은 바위에 부딪히며 바사삭 하얀빛을 뿌리고, 수정보다 맑은 물은 빛을 깨트리며 파동을 일으킨다.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풀벌레 울음소리는 자연이 만든 협주곡이다.
자연만이 숨 쉬는 그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위에 마음을 누이면 나뭇잎을 스치며 전하는 자연의 속삭임이 들린다. 세상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계곡의 숨결만 남는다.
바람마저 숨을 고르는 계곡, 이름처럼 구름도 머물다 간다는 백운동 계곡은 백운폭포를 비롯한 여러 개의 폭포가 쉼 없이 이어진다. 세월이 빚은 화강암 너럭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은 덕천강으로 스며든다.
백운리 마을에서 시작해 웅석봉으로 이어진 계곡은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명소다. 조선의 선비 남명 조식 선생도 계곡의 풍광에 반해 세 번이나 걸었다 하여 ‘삼유동’ 라불리 기도 한다.
마근담에서 운리로 이어지는 참나무 숲길은 걷는 이에게 또 다른 세계로 초대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참나무들이 가을빛으로 물들어 황금빛 터널을 만든다. 머리 위로 스며드는 햇살을 느끼며 걷노라면 어디선가 시몬의 속삭임 들려오는 듯하다.
지금, 신발 끈 질끈 묶고 백운동 계곡으로 떠나보자. 숲 속에 이는 숨결이 계곡의 물소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