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아침까지 이어졌다.
며칠을 산으로 돌아다녔더니 집안일이 줄을 섰다. 바가 내리니 밀린 일을 해야겠다. 아침부터 작업실에 들어가 파우치를 만들었다.
나는 몇 년째 천 생리대를 만들어, 생리대를 구할 수 없는 이웃 나라 소녀들에게 보내는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파우치는 생리대와 팬티를 담는 용도다. 오랜 시간 재봉틀을 돌리다 보니 눈은 침침해지고 허리도 뻐근하다.
예전에는 금세 해내던 일인데, 이제는 몸이 쉽게 피로해진다.
그래서 저녁은 아들에게 맡겼다.
"아들아, 저녁에 주물럭 해 먹자."
아들은 귀찮다는 듯 구시렁거리면서 주방으로 들어왔다.
아들은 고기를 손질하고, 나는 옆에서 채소를 준비했다.
아들은 양념에 버무린 고기를 정성스레 볶는다. 고기가 익어가며 풍기는 냄새가 주방 가득 퍼진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고기를 접시에 예쁘게 담는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내 행동을 지켜보던 아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고 예쁘게 담았지."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잖아."
한입 먹으니 부드럽고 달콤, 매콤한 맛이 맥주를 부른다.
아들의 손맛은 나보다 좋다. 그래서 닭볶음탕이나 주물럭을 만들 때면 아들의 손을 빌리곤 한다.
남편과 나는 아들이 만든 주물럭을 먹으며 맥주잔을 부딪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