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을 들이다
갑자기 몰려온 찬 기운에, 마치 마음이 성급해진 듯 바람이 스친다.
가을이 서둘러 떠날까 봐, 그 향기를 따라 며칠을 밖으로 돌아다녔다.
그 사이, 한동안 잊고 지낸 화초들이 차가운 바람 속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다.
집안으로 들여야 하는데 그동안 겨울마다 들였던 다락방은 이제 결혼한 큰아들 부부가 내려올 때 머무는 공간이 되었다.
장소가 마땅치 않아 같은 종류의 화초들은 하나만 남기고 버린다.
봄이면 희망을 내놓고, 가을이면 조용히 거두어들이는 일,
이제는 이런 일상의 반복이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조용히 웃는다.
“눈만 뜨면 사방이 정원이고, 천지가 화초들인데 이제 미련을 좀 버려야지.”
그 말을 들으며 창가의 화초들을 바라본다.
' 그래도 다 살아 있는 생명인데, 어찌 함부로 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