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가스통 안에서 버려지는
도시에 살던 우리 부부는 자연이 좋아 십여 년 전 귀촌했다. 산과 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만 여전히 자연을 찾아 떠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차박을 떠난다.
자연 속에서 먹고 자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새벽 공기 속에서 끓여 먹는 구수한 누룽지, 향긋한 커피 한 잔은 그 어떤 호사보다 값지다. 밥을 짓고 물을 끓일 땐 부탄가스를 사용한다.
문제는 늘 남는 가스통의 잔량이었다. 폭발을 막으려 구멍을 내어 버릴 때마다 마음이 찜찜했다. 그 안의 가스가 아깝기도 했지만, 그것이 공기 속으로 흩어져 환경을 해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며칠을 인터넷을 뒤지던 남편은 잔량 가스를 모아 다시 쓸 수 있는 도구를 구입했다.
그동안 아깝다고 버리지 못한 빈 통들을 가져와 도구를 가운데 두고 두 통을 연결했다. 위쪽의 가스가 아래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금세 한통이 가득 차는 단순한 원리였지만, 버려진 것들 속에서 되살아나는 희망을 보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세상엔 눈에 보이지 않는 낭비가 너무 많다. 어느 식당을 가나 물컵 대신 종이컵이 차지하고 배달 음식 포장 안에는 나무젓가락을 비롯한 일회용 식기들이 넘친다. 만약 그것들이 조금 더 비쌌다면 우리는 그렇게 쉽게 썼을까?
조금만 아끼겠다고 마음먹으면 줄일 수 있을 텐데, 그 ‘조금’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건 왜 그리 어려운 걸까?
남편이 찾아낸 작은 도구는 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깝다고 여긴 그 마음이 새로운 실천을 만들었고, 그 실천이 환경을 지키고 삶을 가볍게 했다.
지구가 온난화에 시달리는 지금, 우리가 작은 불편을 받아들인다면 세상은 조금 덜 더러워질 것이고, 공기는 조금 더 맑아지고, 미세플라스틱에 고통받는 동물들도, 우리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