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만드는 시간
우리 가족은 만두를 워낙 좋아한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고향의 그리움처럼 만두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자주 만들지는 못한다.
귀찮다는 생각이 자꾸 엉덩이를 주저앉히지만 날씨가 추워졌다는 핑계로 만두를 만들기로 했다.
이번에는 호박으로 피를 만들어 봐야지 늙은 호박은 껍질을 까고 나박하게 썰어 삶아 믹서기로 곱게 갈았다.
계란을 깨 넣고, 소금 한 줌과 밀가루를 부어 반죽을 시작했다.
물을 전혀 넣지 않았는데도 호박의 수분을 감안하지 못해 수제비 반죽이 되었다.
더해야 할 밀가루가 없어 마트에 가서
밀가루와 만두 속 재료를 구입했다.
반죽을 완성해서 숙성이 되라고 냉장고에 넣었다. 시간이 지나면 찰지고 쫄깃한 반죽이 된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만두소를 만든다.
미리 밑간 해둔 고기를 볶고, 숙주를 삶고, 배추는 데치고 묵은지와 함께 순서대로 쫑쫑 썰어 보자기에 싸 물기를 꼭 짰다.
두부는 으깨고, 당면은 삶아 잘게 썰고 매운 고추도 송송 다져서 재료를 준비했다.
준비한 재료를 큰 볼에 쏟고 대파와 마늘 고춧가루, 깨소금, 들기름을 넣고 재료를 고루 섞었다.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고 나니 어느새 한나절이 지났다.
반죽을 한주먹씩 떼어 긴 막대기 모양으로 만들어 댕강댕강 썰었다. 밀대 대용으로 소주병에 물을 가득 담아 동글 납작하게 밀어 만두를 빚었다.
하나, 하나 빚다 보니 결혼 첫해, 시댁에서 만두를 빚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 피를 밀고 빚는 내 모습을 보시던 시아버님은 피를 잘 민다며 같이 칼국수집을 해보자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어머님이 찜기에 만두를 쪄 내면 입김을 호호 불어 식혀서 안주 삼아 소주를 맛있게 드시곤 했다.
종일 치대고, 삶고, 다지고, 쳐 만든 만두로 국을 끓였다.
오랜만에 퇴근한 남편과 아들은 국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냈다.
미각이 까다로운 아들은 피가 유난히 부드럽고 맛있다고 했다. 호박을 넣어 반죽해서일까? 밀가루 특유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요즘은 공장에서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최고의 레시피’ 만두가 쏟아져 나오지만,
하나하나 손끝 정성으로 빚은 집 만두의 맛과 비교가 될까?
만드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는데, 먹는 시간은 고작 십 분이었다.
허무하다면 허무하지만, 가족이 맛있게 먹어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