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걸으며
달의 친구들
반짝반짝 빛나는 서리는
달의 세상을 가득 채우고
마른 풀잎 하나,
부서진 흙덩이 하나까지
조용한 별자리로 바꾸어 놓는다
지구로 내려온 달은
땅 위를 거닐며
사라져 가는 것들의 이름을 부른다
하늘의 길을 따라
눈부신 서리를 내려 앉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달의 친구들은 그렇게 다시 빛으로 모여든다
홍시의 유혹
뉘 집 지붕 위 감나무에
밤 서리 내려 감을 얼리고
낮 햇살 스며 감을 녹이고
오가는 바람이 홍시를 빚는다
새벽을 걷다 올려다본 하늘
홍시를 주렁주렁 단 감나무
유혹의 향기에 아, 입을 벌려 보지만
마음만 앞서고 손은 멀다.
유혹의 손짓은 점점 가까워오는데
스치는 바람조차 없으니
스스로 걸려든 유혹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