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맛의 기억
아린 맛의 겨울
서릿발 선 아침
된서리에 배추는 몸을 누인다
양념을 준비하라
김장이 재촉하는 소리
대롱대롱 처마 밑 마늘
냄새는 손끝으로 스며들고
물에 불은 손가락
무게를 견디며
조용히 하루를 밀어 올린다.
아린 손바닥에
하루가 고스란히 묶여
노동의 냄새 식기 전에
지퍼백에 담아 자장자장
아린 맛의 겨울을 쌓는다.
아버지의 눈물
서리 내린 새벽
바람이 격자문을 사납게 흔들었다
바람소리에 숨어든 낯선 손님은
뒤꼍 처마 밑에 걸린 씨마늘과 함께
사라졌다
알알이 모아둔 마늘은
가족의 생계였고, 아이들의 희망이었다
불빛 하나 없는 새벽,
손바닥의 굳은살이 통곡했다.
눈물은 소리 없이 밭두렁을 적셨다
흙을 갈아엎던 아버지의 손에 남은 건
빈 허공뿐이었다
다시 싹을 틔우겠다는 약속은 멀어지고, 아린 맛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