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끝에 머무는 행복

내 삶의 포인트를 짓다

by 작은거인


​내 삶의 소중한 즐거움 중 하나는 바느질이다. 마음에 드는 옷을 보면 디자인을 고민하고 종이 위에 옮겨 그린다. 일 하는 틈틈이 자석에 이끌리듯 작업실로 들어가 내 몸에 맞게 패턴을 그린다. 가위가 원단을 가르며 재단하는 순간은 기분 좋은 긴장감마저 감돈다.

재봉틀 앞에 앉으면 어느덧 세상의 소음은 사라지고, 규칙적인 바늘의 움직임 소리만 방 안을 채운다. 그 소리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은 마법처럼 흐르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덧 창밖은 깊은 밤에 잠겨 있다.

​겨울 반코트를 만드는 이번 작업은 유독 우여곡절이 많았다. 재단을 완벽히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옷을 이어 붙이다 보니 안감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설상가상으로 원단마저 부족했다. 겉옷은 완성되어 가는데 안감이 없다니, 더군다나 겉으로 드러나는 카라 부분의 원단이 모자랐다. 어떡하지? 당황스러운 마음도 잠시, 나는 이 상황을 즐겨보기로 했다. 밤은 깊어 가고 완성하고 싶은 마음은 급하고 무작정 눈앞에 있는 원단을 잡았다.

어쩔 수 없이 그 원단에 심지를 붙여 카라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옷을 거의 완성하고 옷의 매무새도 볼 겸 거울 앞에 섰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덧댄 다른 무늬의 원단을 보며, 나는 혼자 빙그레 웃으며 속삭였다. “이건 실수가 아니라, 나만의 특별한 포인트야.”라고 말이다.
​얼추 모양을 갖추고 나니 밤 11시가 훌쩍 넘었다. 못다 한 작업은 내일로 미루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이미 완성될 옷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다음 날,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부터 서둘러 작업실로 향했다. 옷에 어울릴 만한 단추를 고르고 그에 맞춰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한다. 허리 벨트를 고정할 수 있게 고리를 만들어 붙이고, 구석구석 정성껏 다림질을 마쳤다. 그렇게 완성된 옷을 입고 드디어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평소 입고 싶었던 디자인의 옷을 입은 내가 있었다. 원단이 모자라 고심 끝에 덧댄 카라는 오히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감각적인 디자인이 되었다. 한 땀 한 땀 공들여 직접 만들었기에 그 어떤 기성복보다도 아름답고 애착이 간다. 부족함 속에서 찾아낸 의외의 기쁨, 그리고 내 손끝에서 탄생한 이 옷은 오늘 나에게 가장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의 ‘포인트’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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